“정치적 편향 없이 판단을”...추경호,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영장심사 출석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둘러싼 내란 관련 수사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맞붙었다.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현역 의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정치권은 헌정사에 이례적인 장면을 마주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진행됐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추경호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20분께 법원에 도착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정치적 편향성 없이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엄 인지 시점과 실제 표결 방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내란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특수목적검사팀은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 당시 추경호 의원이 국민의힘 원내대표 신분을 활용해 동료 의원들의 본회의장 진입을 조직적으로 어렵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추 의원은 비상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와 당사 사이에서 여러 차례 변경해 의원들의 동선을 분산시켰다는 것이다. 특검은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전화 요청 이후 표결 참여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적 동선 설계가 있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정재 내란특별검사팀은 지난달 3일 추경호 의원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 밖 풍경은 특검이 그리는 혐의 구조와는 전혀 다른 정치적 메시지로 채워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이 집결해 집회를 열고 추경호 의원을 엄호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구속영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추경호 의원이 수감되면 다음은 국민의힘이, 그 다음은 국민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수사에 강력 반발했다.
같은 자리에서 송언석 원내대표는 특검 청구 영장을 “조작된 퍼즐로 꿰맞춘 영장”이라고 지칭했다. 송 원내대표는 “사실과 법리로 보면 당연히 기각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내란 관련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인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원 앞에서 ‘야당 탄압 중단하라’, ‘추경호는 죄가 없다’ 등의 구호를 연이어 외치며 당 차원의 엄호 의지를 드러냈다.
법원 내에서는 국회의원에게 보장된 신분 특권이 어느 지점에서 멈추는지를 둘러싼 헌법적 쟁점이 제기됐다. 추경호 의원에 대한 영장심사는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재석 180명 중 172명 찬성, 8명 반대로 가결된 뒤에야 가능해졌다. 회기 중 국회의원 체포와 구금이 제한된 불체포특권에 예외를 인정한 이번 표결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가 사법 판단에 공을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이 방패막이 역할에서 한 발 물러선 사이, 사법부가 내란 관련 수사의 범위와 강도를 가늠할 신호탄을 쏘게 된 셈이다.
영장심사 출석 직전까지 이어진 여당 의원들의 동행 장면은 정치 공동체 내 연대와 불안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 됐다. 법원 출입구 앞에서 주호영 의원은 추경호 의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당당하게 받아라”라고 격려했다. 현장에 모인 여당 의원들은 “목숨 걸고 지키겠다”는 발언까지 내놓으며 결속을 다졌다. 추경호 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손을 맞잡고 법원 안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한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의 운명 문제로 번지는 한국 정치 구조가 재차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왔다.
내란특검팀은 이번 영장심사를 수사 막바지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수사 종료 시한을 약 2주 남긴 가운데, 특검은 추경호 의원과 박성재 등 핵심 인물들을 축으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전 과정을 재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비상 상황에서 권력 핵심과 의회 지도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해 온 추경호 의원 측과, 구속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온 특검 논리가 법정에서 정면 충돌하는 셈이다.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영장심사에서 범죄 혐의 소명의 정도, 사건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뿐 아니라 정치적 파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추경호 의원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정식 재판을 준비하게 된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되면 불구속 상태에서 법정 공방을 이어가며 정국 공방은 더 격화될 수 있다.
정치권은 이번 절차를 한 정치인의 형사 책임을 넘어, 비상 상황에서 권력과 의회 관계를 재정립하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정권 교체로 이어진 정치 격변의 연장선에서 추경호 의원의 법원 출석 장면이 새로운 분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은 밤늦게 또는 다음날 새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은 내란 관련 수사와 향후 정치 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이 판단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국회는 정기회 이후 관련 입법과 제도 보완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