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출 5.9% 늘고 흑자 1천116억달러”…중국(China), 미중갈등 속 대미의존도 축소 가속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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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8일, 중국(China) 해관총서는 베이징에서 11월 무역 통계를 발표하며 수출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치는 미중 무역 갈등 여파 속에서도 중국이 대미 교역 감소분을 제3국과의 교역 확대와 품목 다변화로 상쇄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국제 교역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완화 국면에서 양국 간 교역 축소가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해관총서 발표에 따르면 11월 중국의 수출액은 3천303억5천만달러로 집계돼 전년 동월 대비 5.9%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천186억7천만달러로 1.9% 증가에 그치면서, 무역 흑자 규모는 1천116억8천만달러로 확대됐다. 수출 증가율 5.9%는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전망치 중간값 3.8%와 블룸버그통신 전망치 4%를 모두 상회하는 수준이다. 10월 수출이 미중 갈등의 여파로 1.1%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8.2%포인트 개선됐다.

中 11월 수출 5.9% 증가…시장예상 상회·무역흑자 1천116억달러 확대
中 11월 수출 5.9% 증가…시장예상 상회·무역흑자 1천116억달러 확대

반면 11월 수입 증가율은 시장 전망치였던 2.8%를 밑도는 1.9%에 머물렀다. 수출이 예상보다 크게 늘고 수입 증가가 완만하게 나타나면서 무역 흑자는 10월 900억7천만달러에서 11월 1천116억8천만달러로 불어났다. 해관총서는 1∼11월 누적으로 중국의 전체 무역 흑자액이 1조758억5천만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미국(USA)과의 교역은 뚜렷한 감소세가 이어졌다. 11월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337억8천91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8.6% 줄었고 전월인 10월보다도 1.5% 감소했다. 같은 달 미국산 제품의 중국 수입액은 100억5천330만달러로 나타나, 전년 동기 대비 19.1%, 10월 대비 1% 축소됐다. 올해 1∼11월 누적으로 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18.9%, 대미 수입은 13.2% 줄었고, 대미 총무역액은 17.5% 감소했다. 해관총서 통계는 미중 무역 전쟁이 완화된 이후에도 구조적 디커플링 흐름이 상당 부분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교역 비중 축소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유럽연합(EU), 홍콩, 아프리카와의 무역 확대를 통해 보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11월 기준 중국의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수출액은 182억9천27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특히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며 지역 전체 수출 확대를 견인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베트남 수출은 22.7%, 태국 수출은 20.4%, 말레이시아 수출은 13.3% 늘어났다.

 

유럽연합과의 교역에서도 중국은 수출 증가와 흑자 확대를 동시에 달성했다. 1∼11월 중국의 대EU 수출액은 5천80억4천79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EU 무역 흑자는 2천660억7천5310만달러에 이르렀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의 대독일 수출이 10.2% 늘었으나 독일산 수입은 3.5% 감소했고, 이탈리아를 향한 수출 역시 10.2% 증가한 가운데 이탈리아발 수입은 6.6% 줄었다. 프랑스와의 교역에서는 중국의 대프랑스 수출이 7.9%, 프랑스산 수입이 1.1% 증가해 양방향 교역이 모두 확대됐다.

 

홍콩과의 무역은 규모와 속도 면에서 모두 크게 뛰었다. 올해 1∼11월 홍콩으로의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했고, 홍콩으로부터의 수입은 68.1% 급증했다. 이로써 홍콩과의 전체 무역액은 17.2% 확대됐다. 아프리카와의 무역 규모 또한 같은 기간 17.8% 늘어 중국 수출 시장의 지리적 다변화 추세를 뒷받침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 지역과의 경제 연계를 강화하며 중국이 미중 갈등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 변화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과의 교역에서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났다. 1∼11월 기준 중국의 대한국 수출액은 1천306억9천69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 감소한 반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1천681억9천840만달러로 2.5% 증가했다. 그 결과 한·중 전체 무역 규모는 0.8% 확대됐다. 첨단 부품과 중간재 수요를 중심으로 중국의 대한국 수입 의존도가 유지되면서, 양국 교역 구조의 상호 보완성이 통계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일본(Japan)은 정치·외교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에서도 교역을 늘렸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11월 중국의 대일 수출액은 147억1천31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3%, 10월 대비 13.1% 증가했다. 같은 달 일본산 제품의 수입액도 146억9천98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8%, 전월보다 2.4% 늘어났다. 올해 1∼11월 기준 양국의 총 무역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확대됐다. 다만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중단하는 등 경제 보복 조치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중일 교역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선박,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비료 등이 중국 수출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733만1천대로 전년보다 대수 기준 25.7% 늘었지만, 수출액 증가율은 16.7%에 그쳤다. 같은 기간 선박 수출량은 17.8%, LCD 모듈 수출량은 10.8% 증가했고, 비료 수출량은 46.4% 급증해 일부 산업의 대외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에서 중국의 주요 대응 카드로 거론돼 온 희토류 수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해관총서는 10월 4천434.5t(5천670만달러어치)이던 희토류 수출량이 11월 5천493.9t(4천920만달러어치)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1∼11월 누적으로 희토류 수출량은 전년 대비 11.7% 증가했으며, 수출액은 0.1%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량 증가에 비해 금액 증가폭이 제한적인 점은 단가 변동과 계약 구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국제 사회는 중국의 수출 구조 변화가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흐름에 어떤 재편을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미 의존도를 줄이고 아세안, 유럽, 신흥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미중 패권 경쟁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면서, 향후에도 무역 다변화와 전략 품목을 둘러싼 외교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이번 무역 실적이 앞으로 세계 교역 질서와 지역 경제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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