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 달 새 110 상승”…에스피지, LG 협력·로봇 부품 국산화로 대장주 굳히기

이소민 기자
입력

로봇 핵심 부품 국산화 성과와 LG전자 계열 연구법인과의 협력 소식이 겹치며 에스피지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코스닥 시장에서 에스피지는 전 거래일 대비 2.60 오른 7만 5,0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초 3만 5,000원대에서 출발한 주가는 약 한 달 만에 110 이상 폭등하며 시가총액 1조 6,633억 원 규모의 중형주로 재평가됐고, 로봇 관련 수급이 대거 유입되며 대장주 이미지를 굳히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피지 주가는 지난달 초까지 3만 5,000원 부근에서 횡보했으나 11월 중순 이후 거래량이 급증하며 본격적인 레벨업 흐름을 탔다. 특히 11월 27일부터 12월 5일까지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6만 원선을 단숨에 돌파했고, 이후에도 숨 고르기조차 크지 않은 채 12일 7만 5,000원에 안착했다. 단기 저점 대비 두 배 넘는 상승세가 전개됐고,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하는 정배열 구간에서 매수세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캡션] 에스피지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캡션] 에스피지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LG사이언스파크와의 로봇용 액추에이터 공동 사업화와 휴머노이드 부품 양산 일정이 구체화된 점이 자리하고 있다. 에스피지는 로봇 관절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와 정밀 감속기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하던 구조를 흔들며 국산화에 성공한 업체로 꼽힌다.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한 로드맵이 제시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단순 테마를 넘어 실제 수주와 실적 성장 기대감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2.2 수준이던 외국인 지분율은 주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도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 12일 기준 4.8까지 상승했다. 특히 11월 21일 하루에만 외국인 투자자가 32만 주 이상을 순매수하며 상승 추세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거래일 연속 순매수 흐름도 이어지면서, 단기 차익 실현보다는 향후 로봇 사업 성장성에 베팅하는 장기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에스피지는 현재 시가총액 1조 6,633억 원으로 코스닥 46위권에 위치한다. 동일 업종 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 대형주 대비 몸집은 작지만, 최근 주가 수익률 측면에서는 업종 내 최상위권 성과를 기록 중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로 2차전지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에스피지가 로봇이라는 개별 모멘텀으로 지수와의 디커플링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외국인 비중 역시 4.32 수준으로 20 를 웃도는 삼성SDI 등에 비해 낮아, 향후 수급 여력 측면에서 추가 상승 동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놓고 보면 성장 기대와 고평가 논란이 공존한다. 증권가에서는 에스피지의 2025년 예상 매출을 3,530억 원으로 추정한다. 매출 성장세는 다소 둔화되더라도 영업이익은 180억 원으로 2024년 대비 약 45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2026년에는 매출 4,426억 원, 영업이익 285억 원이 예상되며, 휴머노이드와 로봇 사업의 본격 개화에 따른 실적 퀀텀 점프 구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주가 기준 2025년 예상 주가수익비율 PER은 약 97배로, 전통 제조업 기준으로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다만 2026년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PER이 61배 수준으로 낮아지는 만큼, 시장은 중장기 로봇 성장성과 이익 레버리지 효과를 선반영하는 과정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로봇 부문이 매출 비중을 본격 확대할 경우 영업 레버리지가 크게 작동할 수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수주 공시와 실제 이익 기여 폭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에스피지는 정밀 감속기와 액추에이터를 앞세워 기술적 해자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글로벌 로봇 감속기 시장은 일본 하모닉 드라이브 시스템즈 등 소수 기업이 장악해 왔다. 에스피지는 국산화에 성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납기 대응 시간을 단축하며 국내 수요를 흡수해 왔다. 여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합한 고정밀 액추에이터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고부가 제품 비중이 커지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와의 협력은 이러한 기술력이 상용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LG그룹이 물류 및 서비스 로봇을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에스피지의 액추에이터가 핵심 구동부로 채택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중국산 부품 대비 90 이상 경량화한 동시에 정밀도를 두 배 이상 높인 액추에이터를 개발해 휴머노이드의 보행 성능과 배터리 효율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글로벌 로봇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해외 시장 진출 기대감이 추가 재료로 부각되고 있다.

 

단기 주가 흐름을 놓고 보면 기술적인 과열과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달 사이 100 가 넘는 급등으로 주가와 주요 이동평균선 간 이격이 크게 벌어진 상태여서 숨 고르기 국면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일부 기술적 분석에서는 7만 원 선을 1차 지지 구간으로 제시하며, 이 가격대를 지키면서 기간 조정을 거칠 경우 추가 상승 랠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반대로 7만 원을 하회하면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되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핵심 변수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양산 시점과 LG와의 협력 구체화 단계다. 로봇 산업의 성장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크지 않지만,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속도에 따라 주가 재평가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조정 시 분할 매수 전략은 고려해 볼 수 있으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려면 가시적인 수주와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에스피지의 현재 주가는 2025년 예상 실적 기준 PER 90배를 상회하는 고평가 구간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로봇 테마 특성상 개별 뉴스에 따라 주가가 과민 반응하는 경우가 많고, 글로벌 금리 수준이나 성장주 투자 심리 변화 등에 따라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추격 매수보다는 주요 지지선과 수급 변화를 함께 확인하며 접근하는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향후 에스피지 주가와 밸류에이션 흐름은 로봇 양산 시점, 글로벌 금리 방향, 성장주 선호도 등 대내외 변수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내년 상반기 예정된 로봇 관련 양산 계획과 실제 실적 반영 속도에 집중되고 있다.

이소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에스피지#lg사이언스파크#로봇액추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