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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문서 활용 넓힌 제주도청…부총리 표창으로 민간 확산 신호탄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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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문서 기술이 행정 효율과 탄소 저감,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겨냥한 수단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전자영수증에 소상공인 홍보 기능을 결합한 제주특별자치도청이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으면서다. 공공부문에서 정착된 전자문서 활용을 민간 영역으로 옮겨가게 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수상이 전자영수증과 모바일 고지, 인공지능 기반 문서 처리 등 전자문서 생태계 전반의 경쟁 구도를 한층 자극하는 분기점으로 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와 함께 1일 서울 SC컨벤션센터에서 2025 전자문서 산업인의 날 행사를 열었다. 전자문서 관련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관계자와 일반 국민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전자문서 산업 발전에 기여한 단체와 개인에 대한 포상과 우수 서비스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올해 포상 규모는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표창 6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장 표창 4점,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 표창 3점 등 총 13점이다. 장관 표창은 단체 4곳, 개인 2명에게 돌아갔고, 인터넷진흥원장 표창은 단체 2곳과 개인 2명, 플랫폼협회장 표창은 단체 2곳과 개인 1명이 수상했다. 전자문서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성과뿐 아니라 관련 규제 제도 개선에 기여한 사례도 함께 평가됐다.  

 

장관 표창 단체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청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전자영수증 시스템에 소상공인 홍보 기능을 연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종이영수증 발급을 줄여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동시에, 전자영수증 화면을 지역 소상공인 광고나 안내 채널로 활용해 지역 상권 활성화까지 노린 모델이다. 영수증 데이터가 디지털화되면서 소비 패턴 분석과 맞춤형 홍보 설계에도 유리해져, 향후 데이터 기반 지역상권 지원 정책으로 확장될 여지도 생겼다.  

 

같은 장관 표창을 받은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우편으로 발송하던 각종 통지서와 안내장을 고객 휴대전화로 보내는 전자문서 서비스를 본격 시행해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을 높였다. 지연 가능성이 있었던 우편 방식과 달리, 모바일 통지 시스템은 발송과 열람 이력이 데이터로 남아 향후 분쟁 대응과 고객 서비스 개선에도 활용될 수 있다.  

 

편의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전국과 일본 세븐일레븐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근거리무선통신 NFC 기반 모바일 전자영수증 서비스를 도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점포 내 결제 단말기와 스마트폰을 근거리로 접촉해 영수증을 디지털로 전송하는 구조로, 종이 출력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이 구매 이력을 앱이나 모바일 지갑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했다.  

 

국민은행은 공공기관 모바일 전자고지를 유통하고, 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자사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전자문서로 전환한 점에서 산업계와 규제 간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금융권은 각종 약관, 안내문, 통지서 등 대량 문서를 다루는 영역이라 전자문서 전환 효과가 크지만, 규제와 보안 요구가 엄격한 만큼 선도 사례 확보가 중요하다. 국민은행은 이 실증 과정을 통해 민간 금융권 전자문서 확산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넷진흥원장 표창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문서 처리 기술을 전자팩스 서비스에 접목한 지미션이 이름을 올렸다. 종이로 출력해 육안으로 확인하던 팩스 문서를 OCR과 자연어 처리 기술로 자동 분류·추출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은 팩스 중심 업무 관행을 유지하면서도, 뒷단에서는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 전자문서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게 해 디지털 전환을 부드럽게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은행도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전자문서 확산 기반을 마련한 공로로 인터넷진흥원장 표창을 받았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전자문서 서비스를 일정 기간 규제 적용을 유예하거나 완화해 시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로, 금융·공공·유통 등 규제 환경이 복잡한 분야에서 전자문서 도입을 가속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를 통해 고객 알림, 약정 문서 전자화 등을 단계적으로 시험하며 향후 상용화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디지털문서플랫폼협회장 표창은 헬스케어와 데이터 처리 영역에서 전자문서의 활용을 넓힌 사례가 주로 수상했다. 카이아이컴퍼니는 학생과 아동 치과주치의 사업, 아동 구강 실태조사 등을 전자문서로 전환한 서비스를 개발해 보건 행정의 디지털화를 추진했다. 검사 결과지와 동의서, 조사 설문이 전자 양식으로 관리되면, 개별 환자 기록뿐 아니라 지역 단위 구강 건강 통계 분석에도 유리해 정밀 보건 정책 수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원시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형태로 구조화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식의 문서를 읽고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는 솔루션을 제공해 수상했다. 단순 전자문서 뷰어를 넘어, 이미지, 스캔본, 비정형 양식 등 이질적인 문서들을 머신이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이런 기술은 행정, 금융, 의료 등 방대한 비정형 문서를 다루는 산업에서 인공지능 분석과 전자문서 자동화를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전자문서 확산을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제도와 규제 정비도 필수 과제로 꼽힌다. 엄열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관은 공공부문 전자문서 활용률이 87퍼센트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민간부문은 약 73퍼센트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이 보관 의무, 원본 인정 범위, 서명 방식 등 각종 규제가 전자문서 도입 속도를 제약하는 요소로 지적돼 온 만큼, 정부는 전자문서 활용을 저해하는 규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엄 정책관은 전자문서를 더욱 쉽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기술적 환경을 조성하고, 산업 전반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정, 금융, 유통, 의료 등 각 분야에서 전자문서와 디지털 영수증, 모바일 고지가 어디까지 확산될지에 따라 국내 디지털 전환 속도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 경쟁력도 달라질 수 있다. 산업계는 이번 포상 사례들이 실제 비즈니스 모델과 규제 개선으로 이어져 전자문서가 종이 문서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 구조를 여는 계기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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