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사이버보안·재난탐지”…누리호6차, 큐브위성 6기 싣고 도전
국산 발사체 누리호가 우주 사이버보안과 재난 조기 탐지, 심우주 궤적 연구까지 아우르는 기술 시험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7년 예정된 누리호 6차 발사에 탑재할 부탑재 큐브위성 6기를 확정하고, 공공 목적 중심의 우주 데이터·보안·탐사 기술 실증에 나선다. 주탑재 초소형 군집위성 5기를 포함하면 총 13기의 위성이 한 번에 우주로 향하는 셈이라, 국내 우주 활용 생태계 확대의 분기점으로 받아들여진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은 3일 발표를 통해 누리호 6차 발사 부탑재위성 공모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공모는 9월 22일부터 10월 24일까지 산업체, 대학, 연구기관, 정부 및 지자체를 대상으로 진행됐고, 전문가 평가를 거쳐 최종 6기가 선정됐다. 부탑재 큐브위성은 3U 1기, 6U 4기, 27U 1기로 구성되며, 1U는 가로·세로·높이 10센티미터 크기의 표준 규격을 의미한다.

3U급 위성으로는 전남 순천시가 제안한 순천샛 1이 선정됐다. 순천만 국가정원과 습지를 촬영해 장기적인 생태 변화 데이터를 확보하고, 순천 지역 기업이 제작한 우주 부품의 성능을 실제 궤도 환경에서 검증하는 임무를 맡는다.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큐브위성이 지역 생태 모니터링과 우주산업 저변 확대를 동시에 겨냥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6U급 위성 4기는 각각 보안, 교육, 인공지능, 재난 관리 등 다른 영역을 겨냥한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의 K STAR는 우주 환경에서 국가용 사이버보안 기술을 실험·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공위성 통신 채널과 지상국 연동 구간을 겨냥한 위성 해킹, 신호 교란, 데이터 위변조 등에 대응하는 암호·인증·침입 탐지 기술을 실제 궤도에서 시험하는 것이 목표다. 우주 인프라가 국가 기간망의 일부로 편입되는 흐름 속에서, 사이버보안 기술을 지상망에 머무르지 않고 궤도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공군사관학교의 KAFASAT 2는 초소형 위성 설계·개발·운영 기술을 사관생도 교육에 직접 연계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초소형 위성 버스 설계, 자세제어, 통신·전력 시스템 운영 등 핵심 기술을 군 교육과정에 내재화해 향후 군 전용 정찰·통신 위성 체계 운용 역량을 키우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GAIMSat 1은 궤도상에서 인공지능을 직접 구동하는 이른바 온보드 AI 데이터 처리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춘다.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지상으로 모두 내려보내지 않고, 기기 탑재 AI가 자체적으로 관심 영역을 선별·압축하는 자율 비행 알고리즘을 검증한다. 지상과의 통신 대역폭을 줄이면서도 실시간성이 중요한 재난 감지·국토 감시 임무에서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향후 초소형 군집위성 다수 운용 체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국민대학교의 KMU ET 02는 전국 산림 지역의 수종, 식생 분포, 수분 상태를 분석해 산불과 산사태 등 재난 위험을 조기에 탐지하는 임무를 맡는다. 다중파장 관측과 인공지능 분석을 결합해 위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것이 목표이며, 동시에 우주·AI 융합 인재 양성용 교육·연구 플랫폼으로도 활용된다. 기후변화로 산림 재난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초소형 위성이 국가 재난 관리 체계의 전위로 활용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가장 큰 27U급 큐브위성은 항우연이 제안한 심우주탐사용 시연기다. 지구 저궤도에서 출발해 지구 정지궤도 수준의 고도까지 저추력 추진기를 이용해 장기간에 걸친 궤도 변경을 수행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동시에 달과 소행성 아포피스 등 태양계 천체를 촬영해 심우주 관측 기술을 축적한다. 향후 달·소행성 탐사선의 실제 궤적 설계와 저추력 전기 추진 시스템 최적화에 필요한 실측 데이터를 확보하는 선행 단계로 활용될 전망이다.
누리호 6차 발사의 주탑재위성은 초소형군집위성 7호부터 11호까지 5기로 구성된다. 이들 위성은 저궤도 군집 운용과 지구 관측 데이터를 결합한 국토·해양·재난 감시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이번 공모에서 선정된 6기 부탑재 큐브위성과 더불어, 항우연이 개발 중인 국산 소자·부품 검증위성 3호,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하는 능동제어위성 ADRSat이 추가로 실린다. 결과적으로 누리호 6차 발사에는 총 13기의 위성이 동시에 올라가는 구조가 된다.
국산 소자·부품 검증위성 3호는 국내 개발 전자부품과 소재를 실제 우주 방사선·온도·진동 환경에 노출해 신뢰성을 검증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이는 향후 위성·탐사선 시스템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을 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한 필수 단계로 평가된다. KAIST ADRSat은 우주물체 능동제어 기술을 시험하는 데 집중한다. 위성이 고의적으로 궤도를 조정해 우주 파편을 회피하거나, 장기적으로는 우주 잔해물을 포획·탈궤도 시키는 서비스 위성 기술의 선행 연구로 연결될 수 있어, 우주 교통 관리와 우주 쓰레기 저감 분야에서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이번 발사 구성은 미국, 유럽 등에서 진행 중인 큐브위성 활용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주요국은 이미 초소형 위성을 활용해 군 통신 보완, 상업 지구관측, 우주기상 모니터링, 심우주 통신 시험 등 다양한 임무를 분산 수행하고 있다. 한국도 누리호를 활용한 정기 발사 기회를 통해 공공 목적 위성을 다수 궤도에 올리면서, 데이터·보안·탐사·부품 국산화까지 아우르는 다중 포트폴리오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박재성 우주항공청 우주수송부문장은 공모 결과에 대해 공공 목적 여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난·재해, 환경 감시, 국토 관리, 인력 양성 등 공익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위성들을 선정했다며, 우주청이 선정 기관들과 긴밀하게 소통해 발사 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우주 인프라가 통신망, 재난 대응, 안보, 산업 데이터의 핵심 기반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누리호 6차 발사는 국산 발사체를 단순 운송 수단이 아닌 우주 기반 디지털 인프라 실험장으로 활용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와 연구계는 이번 발사로 확보되는 실제 운용 데이터가 향후 상용 서비스와 후속 탐사 프로젝트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