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지도 국외반출 조건 명확히”…구글, 정부 서류 보완 요구에 신중 대응

윤가은 기자
입력

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둘러싼 정부와 구글 간 협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구글에 공식 반출 신청서의 기술 세부사항을 보강하라는 요구를 하며, 논의가 내년 2월 5일까지 일시 보류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글이 대외적으로 밝힌 정책과 실제 정부에 제출한 신청서 내용이 일치하지 않은 점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명문화된 약속과 법적 근거 없는 상태에서 지도 반출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한국 내 위치정보 규제와 글로벌 빅테크 간 데이터 주권 경쟁에서 이번 결정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정밀 지도 국외반출을 둘러싼 ‘조건 이행’의 검증 방식이다. 구글은 지난 8월 국내 파트너사로부터 이미 블러(가림처리)된 위성 이미지만 구매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9월에는 국내외 모든 사용자에게 한국 위·경도 좌표를 표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올해 2월 제출된 정식 신청서에는 이런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국토지리정보원 심의 과정에서 자료의 불일치가 문제가 됐다. 당국은 “구글의 대외 표명과 달리 공식 서류에는 관련 방침이 명시되지 않은 만큼, 보완된 신청서 제출 없이는 정확한 심의가 어렵다”고 밝혔다.

기술적 보완 요구의 구체적 내용은 위성 이미지 지정 방식, 좌표 비공개 구현 계획 등이다. 정부는 서류에 기술적 사양, 실질 이행 방식이 명확히 추가돼야 책임 소재를 법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내 지도 정보가 해외 서버에 저장될 경우, 해외에서 한국 군사·안보 등 민감 지역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지도 데이터는 자율주행, 국방, 첨단물류 등 융합 IT산업 전반에 필수 인프라로, 데이터 주권 보호와 글로벌 서비스 간 균형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다.

 

실제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 역시 자국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과 외국계 플랫폼 제공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한국 역시 현행 ‘측량성과 국외반출 승인제’ 아래 군사·안보·중요시설 일부 정보를 가린 제한적 반출만 허용하고 있다. 구글의 지도 반출 신청이 재심사를 받게 된 배경에는, 반출 조건을 법적 문서로 명확히 하는 것이 산업·안보·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향후 협상 관건은 구글이 서류 보완 제출 요구에 즉각 응할지에 달렸다. 현재 구글은 “수개월간 대한민국 정부와 논의 이어 왔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제출 일정이나 추가 약속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서류의 보완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맵 서비스의 국내 사용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도 데이터의 주권, 기술적 안전장치, 법적 구속 조건이 모두 맞물리는 사안인 만큼, 정부와 빅테크의 협상 결과가 향후 국내외 지도·위치정보 산업에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 및 규제 논의가 실제 정책으로 안착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가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구글#국토지리정보원#지도반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