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루과이 비트코인 채굴 중단”…테더, 전기료 논란·전력비 급등에 전략 수정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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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에서 진행되던 테더의 비트코인 채굴 프로젝트가 멈춰 서며 암호화폐 산업과 에너지 시장 간 긴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강국 우루과이에서 친환경 채굴을 내세웠던 시도였지만, 최근 전력 비용 상승과 미지급 전기료 논란이 겹치며 사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례가 암호화폐 채굴의 에너지 의존 구조와 국가별 전력 정책 리스크를 재확인시키는 계기로 해석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채굴 거점 재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테더는 우루과이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내용은 11월 28일 코인텔레그래프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테더 대변인은 우루과이에서의 채굴은 멈추지만 남미와 중남미를 겨냥한 장기 프로젝트 추진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우루과이에서는 이미 전기료 미지급 문제가 표면화되며 경고 신호가 감지됐던 상황이다. 현지 매체 엘 옵세르바도르에 따르면 테더는 우루과이 노동부에 공식적으로 채굴 중단을 신고했고, 직원 30명에 대한 해고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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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출발 시점만 놓고 보면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테더는 2023년 5월 현지 라이선스를 보유한 파트너사와 손잡고 우루과이에서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최고기술책임자 신분으로, 이후에는 최고경영자 자격으로 우루과이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비트코인 친환경 채굴 구상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국영 전력청 UTE와 상업 사업자 마이크로핀이 파트너로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협력 구조와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아 프로젝트를 둘러싼 불투명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핵심 변수는 전기료였다. 비트코인 채굴은 막대한 전력을 상시 소모하는 산업 구조 특성상 전력 단가와 공급 안정성에 수익성이 좌우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우루과이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평가다. 엘 옵세르바도르와 텔레문도 보도에 따르면 테더는 국영 전력청 UTE에 납부해야 할 전기요금 200만달러와, 지역 프로젝트 관련 미지급금 280만달러를 포함해 총 480만달러를 연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테더는 5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내걸고 채굴 운영과 인프라 구축에 최소 1억5천만달러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력비 부담은 사업 철수 논란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테더의 대응 메시지도 혼선을 키웠다. 테더는 올해 9월까지만 해도 우루과이 사업 철수설을 공식 부인하면서도 부채 존재 자체는 인정했다. 전기료 미납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설명을 내놓으며, 전략적 후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11월 들어 에너지 비용 상승과 채산성 악화가 더욱 부각되자, 테더는 결국 우루과이 비트코인 채굴을 잠정 중단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시장에서는 미지급 전기료 문제와 전력 단가 인상, 인프라 구축비 부담이 맞물리며 사업 중단 결정을 밀어붙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중단 결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에너지 리스크 앞에서 마주한 제도적·재무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거래 인프라를 넘어 채굴 영역까지 확장을 시도한 전략은, 재생에너지와 암호화폐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상징성을 가졌다. 그러나 전력요금 체계, 국영 에너지 기업과의 갈등, 규제 환경 등 현실 요인이 겹치며 이른바 친환경 채굴 서사에 시장성 측면의 질문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에너지 정책과 공공 인프라 접근권을 둘러싼 국가별 이해관계가 채굴 사업자의 협상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테더 스스로는 이번 결정을 후퇴가 아닌 전략 조정으로 포장하고 있다. 테더는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중장기 프로젝트 지속을 거듭 강조하면서, 우루과이 사례를 바탕으로 지역 재편과 리스크 구조 점검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재생에너지 기반 채굴이 친환경 이미지를 제공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비용 구조와 제도 리스크가 받쳐주지 않으면 사업 지속이 어렵다는 점을 직접 확인한 셈이다. 향후 테더가 어느 국가를 신규 거점으로 선택하고 어떤 전력원을 활용할지에 따라 글로벌 채굴 지형이 재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우루과이 비트코인 채굴 중단은 채굴 사업이 기술력과 자본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재확인시킨다. 막대한 초기 투자가 이뤄졌더라도 전력 요금 계약이 불안정하거나 공공 인프라 접근권, 정부와의 신뢰 관계가 흔들릴 경우 사업 기반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보유한 테더마저 에너지 비용과 제도 리스크 앞에서 발을 뺀 장면은, 다른 채굴 기업들에도 지역 분산 전략과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환기하는 신호로 읽힌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테더의 다음 행선지로 향하고 있다. 테더가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거점에서 우루과이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를 어떻게 복기하고 계약 구조와 비용 체계를 조정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재생에너지와 채굴을 결합한 책임 있는 암호화폐 운영이라는 구호가 에너지 비용과 공공 인프라 현실을 넘어설 수 있을지, 향후 테더의 선택에 글로벌 채굴 시장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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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비트코인#우루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