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시한 또 넘기나”...내년 예산안 두고 여야 막판까지 격돌
예산안 정국을 둘러싸고 여야가 다시 충돌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대통령실 관련 특수활동비와 이른바 ‘이재명 대통령표’ 사업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또다시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1월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소위원회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 감액 심사를 이어갔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의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소소위 차원의 막판 협상이 지연되며 전체회의 상정은 무산됐다.

여야 간사가 참여하는 예결위 소소위는 현재까지도 감액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과제를 반영한 예산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쟁점 예산에는 국민성장펀드, 인공지능 AI 혁신펀드, 공공AX AI 전환 사업,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등 주요 사업이 포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야당이 대통령표 예산 대폭 삭감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AI 관련 사업, 국정과제 펀드, 지역화폐 등 민생경제 사업들에 대해 야당이 삭감하려고 하고, 민주당은 방어하는 과정에서 심사가 막혀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포퓰리즘 성격을 문제 삼는 사업을 야당은 민생·미래 투자라고 맞서며 대립하는 구도다.
국회법에 따라 예결위가 11월 3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12월 1일 자정을 기해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 원안으로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에 따라 예결위 소소위 논의가 계속 지연될 경우, 여야는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별도 협상 채널을 가동해 쟁점 예산을 일괄 타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번 주말을 거치면서 아마 여야 원내대표단을 중심으로 쟁점 예산을 합의 처리 시도하려는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예결위 차원의 실무 조정이 한계에 부딪힌 만큼, 정치적 결단을 통한 ‘빅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은 발언이다.
여당은 이재명 대통령표 예산을 ‘현금성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며 대폭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4조6천억원의 현금성 포퓰리즘 예산을 최대한 삭감하고 이를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 지역 균형발전 예산으로 사용하자는 게 우리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여당은 국민의힘의 진정성을 수용해 여야 합의로 예산안이 처리되도록 협조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선 선별 지원과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기조가 유지되는 분위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AI 혁신과 지역화폐 지원 등을 통해 경기 활력을 살려야 한다며, 관련 예산을 대폭 방어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서민 소비 촉진과 디지털 전환 투자 효과를 내세우며 ‘칼질’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여야 모두 서민·취약계층을 언급하고 있지만, 예산 배분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놓고는 접점을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지연이 현실화될 경우, 정국 경색이 더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원안이 자동 부의되더라도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다시 대립이 격화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길 경우 각 부처 집행 차질은 물론, 여야 책임 공방이 내년 정치 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는 향후 예결위 논의 경과와 원내대표단 협상 결과에 따라 예산안 처리 시점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여야가 대통령표 예산과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이견을 얼마나 좁히느냐에 따라, 내년도 국가 재정 운용의 윤곽과 함께 연말 정치 지형의 향배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