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리 인하 기정사실화는 이르다”…파월 경계 발언에 뉴욕증시 연말 랠리 분수령

윤선우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8∼12일, 미국(USA) 뉴욕 금융시장은 9∼1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을 앞두고 방향성을 가늠하고 있다. 최근 미국 노동지표 둔화로 연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가운데, 파월 의장이 어떤 속도로 추가 완화를 시사하느냐에 따라 이른바 산타 랠리의 성패가 좌우될 전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지난 5일 뉴욕장 마감 직후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87.2% 수준으로 반영했다. 시장은 사실상 첫 금리 인하를 전제한 채 향후 완화 사이클의 속도와 최종 금리 수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 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 연합뉴스

연준 내부에서도 완화 기류가 감지된다. 연준 내 서열 3위로 평가받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가까운 시일 내 금리 목표 범위를 추가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해 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됐음을 시사했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수뇌부가 같은 기조를 공유하는지, 혹은 속도 조절을 강조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이번 FOMC의 핵심 쟁점은 단기 인하 여부보다 2025∼2026년으로 이어지는 중장기 금리 경로에 맞춰져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0월 회의 모두발언에서 “12월 인하가 이미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과도한 기대를 경계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은 뉴욕증시의 랠리를 제동 걸었다. 시장은 이번 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추가 인하 가능성을 넓게 열어 두면 상승 동력이 강화될 것으로, 반대로 속도 조절을 강하게 시사하면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제전망요약(SEP)에 포함될 점도표(dot plot)가 향후 금리 인하 횟수와 속도를 가늠할 핵심 지표로 꼽힌다. 점도표상 2026년 말 연준 위원들의 중립금리 및 정책금리 전망이 얼마나 낮춰지는지가 주식과 채권, 환율 가격 재조정의 기준점이 될 수 있어서다. FOMC 성명과 회의록을 통해 드러날 비둘기파와 매파 간 견해 차이, 표결에서의 반대표 규모 역시 투자자들이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할 대목으로 지목된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를 연말 이후 시장 흐름의 분수령으로 본다. 서투이티의 스콧 웰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이미 첫 금리 인하를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했다”며 “인하 결정 그 자체만으로는 주가 추가 상승 동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이 2026년 금리 경로를 얼마나 가파르게 낮출 용의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앤젤러스 인베스트먼츠의 마이클 로젠 CIO는 “연준 내부 의견 분열이 이례적으로 심한 상황”이라며 “성명서 문구와 점도표에서 드러날 위원들 간 시각 차이가 향후 정책 방향을 읽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의 데이비드 세이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반대표 규모와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에 따라 금융시장의 반응은 크게 갈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토니 로스 CIO는 연준이 이번에도 ‘데이터 의존적’ 기조를 재확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연준은 물가와 고용 데이터를 계속 보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과도한 완화 기대를 누그러뜨리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발언은 연준이 향후 인플레이션 재가열 위험을 경계하면서도 경기 둔화를 고려해 점진적인 인하 경로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FOMC 외에도 이번 주에는 미국 거시경제 흐름과 개별 산업의 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와 기업 실적 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9일 발표되는 ADP 주간 고용증감(4주 평균)과 10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는 노동시장의 열기를 가늠할 전망이다. 특히 JOLTS는 구인·이직·해고 흐름을 통해 기업들이 경기 둔화에 대비해 채용을 줄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핵심 통계로 평가된다.

 

10일에는 3분기 고용비용지수와 함께 FOMC 결정, 파월 의장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고, 정보기술(IT) 업종에서는 오라클과 시놉시스가 실적을 내놓는다. 오라클은 지난 9월 약 671조 원에 달하는 수주잔고(RPO)를 기록해 클라우드와 데이터베이스 수요에 대한 기대를 키운 만큼, 이번 실적과 전망이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모멘텀의 지속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11일에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와 함께 브로드컴, 룰루레몬, 코스트코 등 대형 상장사의 실적 발표가 집중된다. 브로드컴은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과 직결된 반도체·통신장비 공급사로, 월가에서는 이를 AI 산업의 ‘선행지표’로 본다. 브로드컴이 투자자들에게 제시할 실적 가이던스가 상향될 경우 미국과 글로벌 빅테크의 중·장기 자본 지출 확대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코스트코의 실적은 미국 소비 여력을 진단하는 지표로 주목된다. 대량 구매와 저가 전략으로 대표되는 코스트코의 매출 흐름은 중산층과 가계의 실질 소비 성향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어 연말 쇼핑 시즌 경기 판단의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12일에는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등 지역 연은 수장들의 발언이 연달아 예정돼 있다. 이들은 FOMC 직후 시장 반응을 고려해 각자의 매파·비둘기파 성향에 따른 견해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연준 내부의 온도 차이를 다시 한번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8일에는 뉴욕 연은 기대인플레이션 지표, 9일에는 11월 전미 자영업자연맹(NFIB) 기업 낙관지수 등이 발표돼 인플레이션 기대와 중소기업 심리를 점검한다. 이러한 연속된 지표와 발언들은 FOMC 결과와 맞물려 향후 몇 개월간의 금리 경로와 달러 강세 여부, 글로벌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뉴욕증시는 당분간 파월 의장의 메시지와 점도표에 따라 수 차례 방향성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성장 사이 균형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연말 랠리가 공고해질지, 혹은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이번 회의가 미국 통화정책 전환의 분명한 이정표가 될지, 아니면 신중한 탐색전이 이어지는 국면으로 남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제롬파월#연방공개시장위원회#뉴욕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