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지막 날 필버 대치”…여야, 연말 입법 전면전 돌입
정기국회 막판 입법 충돌과 여야의 강경 대치가 격돌했다.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필리버스터를 둘러싸고 정면으로 맞부딪히며 연말 ‘입법 전쟁’에 들어갔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에 대해 곧바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첫 필리버스터 주자로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섰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사업자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고,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법안의 취지와 내용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략은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상정된 안건 62건 가운데 한국장학재단채권 국가보증동의안,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 국가보증동의안,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 국가보증동의안 등 3건을 제외한 59개 안건에 대해 전면적인 필리버스터 신청에 나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 파괴 5대 악법, 국민 입틀막 3대 악법 등 8대 악법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차원에서 쟁점이 많지 않은 법안도 전체 필리버스터를 실시키로 했다”고 말했다. 사법 개편 관련 법안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주장해온 법안 등 야당이 ‘8대 악법’으로 규정한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전면전 성격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전 국회 중앙홀인 로텐더홀에서 ‘민생법안 발목잡기’, ‘필버 악용 중단’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여당 입법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민생 법안까지 한꺼번에 가로막는 것은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회법은 필리버스터와 회기 종료의 관계도 명시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실시 중 회기가 끝나는 경우에는 필리버스터의 종결이 선포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이날 밤 12시를 기점으로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료된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예정된 11일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연내 이른바 사법개혁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 아래 이미 10일부터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한 상태다. 정기국회 종료 직후 임시국회가 이어지면서, 필리버스터로 지연된 법안 표결은 임시국회에서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별개로 가맹사업법 개정안 상정에 앞서 이날 본회의에 오른 국가보증동의안 3건은 무리 없이 처리됐다. 한국장학재단채권,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에 대한 국가보증동의안은 모두 가결됐다. 경제·재정 관련 현안법안은 여야 이견이 크지 않아 합의 처리된 반면, 여야가 충돌해 온 사법개혁·정치 현안 법안은 필리버스터 공방에 휩싸인 셈이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는 이렇게 입법 기능과 정치적 전략이 교차하는 장으로 변했다. 국민의힘은 ‘악법 저지’와 ‘국민 알리기’를 내세우며 장외전이 아닌 본회의장에서의 장기 토론을 택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법안 가로막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연말 정국은 임시국회에서 다시 한 번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사법개혁 법안을 연내 처리 방침으로 밀어붙이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추가 필리버스터나 안건조정위원회 활용 등 방어 전략을 이어갈 경우, 여야 충돌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국회는 정기국회를 마무리한 뒤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둘러싼 논의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