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장 피로감 본격화”…미국 뉴욕증시, 금리 인하에도 기술주 혼조와 변동성 확대
현지시각 기준 11일 오전, 미국(USA) 뉴욕증시가 장초반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미국 고용·무역지표 개선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관련주를 둘러싼 성장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기술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이번 흐름은 글로벌 유동성 환경 변화와 AI 투자 피로감, 그리고 서학개미의 빅테크 쏠림 구도가 맞물리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국면으로 해석된다.
현지시각 기준 11일 오전 10시 36분, S&P 500 지수는 24.79포인트 내린 6,862.01, 나스닥종합지수는 164.3포인트 떨어진 23,489.86을 기록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다우존스 지수는 227.02포인트 오른 48,284.77로 상대적 강세를 나타냈고,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도 0.44% 상승했다. 변동성지수(VIX)는 1.97% 상승해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469.6원으로 전일 대비 3.0원 상승하며 외환시장 변동성도 자극하고 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1/1765464322230_564279390.jpg)
찰스 슈왑에 따르면 장초반 투자 심리를 뒤흔든 핵심 요인은 오라클의 기대에 못 미친 실적 발표다. 오라클이 매출에서 시장 전망을 밑돌자 “AI 투자 확대에도 수익성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회의론이 급속히 퍼졌고, 이에 따라 엔비디아, AMD, 인텔, 마블테크놀로지 등 주요 반도체·AI 공급망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오라클이 클라우드 부문의 성장률 둔화와 비용 지출 확대를 동시에 시사한 점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며, AI 인프라 투자 부담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강화됐다.
이와 달리 브로드컴은 장 마감 후 예정된 실적 발표를 앞두고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AI 칩 시장 내 점유율 재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라클 쇼크 이후에도 브로드컴이 견조한 실적과 가이던스를 제시할 경우, AI 관련 투자 수요가 특정 기업으로 더 쏠리는 구도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 지표는 경기 체력에 대한 우려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6,000건으로, 전주 급감 이후 다시 평년 수준대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지난 1년 평균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3만 8천 건으로 큰 폭 감소해 고용시장 내 구조적 안정성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 실업자 규모가 200만 명 선을 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미국 노동시장의 체력이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역 측면에서도 지표는 긍정적인 흐름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무역수지는 9월 기준 528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2020년 이후 가장 적은 적자폭으로 축소됐다. 흑자 전환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공급망 정상화와 해외 수요 조정, 국내 생산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역수지 개선이 향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최근 연준이 제시한 성장률 상향 전망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보고 있다.
전일 미국 주요 지수는 연준의 25bp(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발표 이후 대체로 상승 마감했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특히 산업재를 중심으로 한 경기민감·순환주가 강한 탄력을 받았다. 제롬 파월 의장이 “현 수준의 금리가 중립 영역에 근접했다”고 언급하면서도 추가 인하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자 시장은 성장 모멘텀 강화 기대와 완화 속도 조절에 대한 경계심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장 초반 선물시장이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것은 이날 발표된 무역수지 및 실업지표를 둘러싼 관망 심리가 짙게 깔린 결과로, 연말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각종 변수에 한층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매크로 환경 속에서 한국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투자 패턴도 주목된다. 12월 9일 기준 보관금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테슬라, 엔비디아, 팔란티어, 알파벳A, 애플 등 주요 빅테크·AI 관련주가 이날 장초반 대부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447.06달러로 0.97% 하락했지만 같은 날 기준 보관금액이 4,817억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가격 조정과 실질 투자 규모가 단기적으로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관금액 산출 과정에서 1~2일의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이후 주가 조정이 반영되면 서학개미들의 손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178.32달러로 2.97% 떨어지며 낙폭이 더 컸다. 보관금액도 563억 원 감소해 가격 하락과 투자 규모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AI 관련주 전반의 실적 모멘텀에 대한 의구심과 오라클 쇼크 이후 악화된 투자 심리가 겹쳤다고 진단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주가는 소폭 하락했으나 보관금액은 134억 원 증가해 매수세와 가격 조정이 비동조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12월 9일 기준 서학개미 투자 증가액 상위 종목에는 테슬라, 브로드컴, 알파벳A 등이 올랐다. 이는 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빅테크와 특정 AI 성장주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브로드컴은 AI 칩 공급 확대 기대감 속에 보관금액이 781억 원 늘었지만, 실적 발표를 앞둔 이날 장중에는 되레 소폭 약세를 보이며 단기 차익 실현 움직임이 의식되는 상황이다. 양자컴퓨팅 관련주 아이온큐는 보관금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1.39% 하락해, 고평가 논란과 금리 환경 변화가 결합된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 종목도 약세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찰스 슈왑은 연준의 단기 국채 매입 재개가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으나, 뚜렷한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탓에 거래량과 미결제약정이 감소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널뛰기를 거듭하는 가운데, 디지털 자산 시장도 전반적인 변동성 확대 국면에 동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12월 9일 기준 전체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183조 6,247억 원으로, 이전 집계일 대비 8,461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월별 보관금액 추이를 보면 변동성이 상당히 큰 편이며, 종목군·시기별로 자금 흐름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학개미 자금이 글로벌 증시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특정 종목에 쏠릴 경우, 단기 조정 시 국내 투자자 손실 확대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종합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와 노동·무역지표 개선이 미국 경기 연착륙 기대를 높이고 있으나, 오라클 실적 쇼크가 촉발한 AI 성장 둔화 우려가 기술주 전반을 압박하며 뉴욕증시는 방향성을 모색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여기에 미국 국채금리 변동, 연말 소비 시즌 성과, 주요국 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가 겹치면서 작은 뉴스에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서학개미가 집중 보유한 빅테크 종목에서 조정이 이어지는 만큼,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당분간 고용·물가·기업실적 등 펀더멘털 지표를 면밀히 주시하며 변동성 확대 국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번 뉴욕증시 혼조세가 향후 글로벌 자금 흐름과 국제 금융시장의 위험 선호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