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표적 감사 비난 부인 어렵다"…감사원, 특별조사국 폐지·전자시스템 손본다
정치·표적 감사 논란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 당시 이뤄진 고강도 감사에 대해 스스로 "전횡적 감사"였다고 결론 내리며, 조직과 제도 전반의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다. 정치권의 공방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감사원은 3일 감사원 운영쇄신 태스크포스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권익위 감사와 서해 감사, 월성 원전 감사 등 이전 정부에서 진행된 7개 감사 사례를 재점검한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일부 인사의 강압적 리더십과 내부통제 제도 미비로 정치·표적 감사 성격의 전횡적 감사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특히 유병호 전 사무총장을 핵심 책임 당사자로 적시했다. 감사원은 "유 전 총장은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감사위원회의 결정을 유명무실화하거나 결재 라인을 패싱하면서 내부통제 장치를 무력화시켰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태로 통제가 약화된 특별조사국이 강압감사를 수행했고, 정치·표적 감사에 반복적으로 동원됐다고 분석했다.
감사원은 유 전 총장 주도로 특별조사국이 활용되고, 수사 요청 직후 언론에 알리는 방식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감사 기간이 과도하게 늘어났으며, 감사위원회 논의를 건너뛰는 관행도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감사원은 "다른 감사와 달리 유 전 총장 주도의 특별조사국 활용, 수사요청 후 언론 공개, 감사 운영 기간 과도, 감사위원회의 패싱 등이 이뤄졌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치·표적 감사라는 비난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운영쇄신 태스크포스를 이끈 이윤재 단장은 특별조사국이 전횡의 통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감사 범위와 시간에 제한을 덜 받는 특조국이 전횡적 조사가 가능케 하는 도구·수단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그렇게 활용되지 않았는데 유 전 총장이 취임하며 이렇게 활용될 수 있겠다는 부작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제도 개선 방안도 내놨다. 우선 사무처가 감사위원회 주심 위원을 패싱하지 못하도록 전자감시시스템을 손보기로 했다. 수사 요청 시 감사위원 의견 수렴을 의무화해 감사위원회의 통제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민감한 사안에 대한 감사 착수 때에는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감사개시 자문위원회를 두고 사전 자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조직 개편도 예고됐다. 감사원은 강압감사의 통로로 지목된 특별조사국을 폐지하는 방향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신 안전과 복지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한 감사를 확대해 공공성 강화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감사 과정에서 피감기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조사 횟수와 언행, 디지털 포렌식 기준을 세분화해 인권 친화적 감사를 실시하고, 범죄 혐의 내용의 대외 공개 기준도 명문화해 언론 발표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장 감각 부족과 비현실적 지적이 반복된다는 비판을 완화하기 위한 인사 대책도 포함됐다. 감사원은 적발 중심 감사와 비현실적 지적 관행을 줄이기 위해 실무 직원들의 피감기관 파견 근무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원 사무처 인력의 국회 파견 확대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표적감사 논란과 직접 연관된 구체 사례도 추가로 제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월성 원전 감사 과정에서 감사위원회가 검찰 송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자료를 유 전 총장이 당시 국장 신분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구두 승인만 받고 수사 참고자료로 넘긴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최 전 원장이 태스크포스 면담에서 "추가 송부에 대해 사무처로부터 보고받고 승인했으며, 위원회의에서 말한 것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본인이 책임질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자료 삭제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재판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당시 감사원이 직원들의 진술만을 근거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재판부와 검찰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관저 감사와 관련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머물던 한남동 관저 공사 업체 21그램에 대한 조사 방식이 유 전 총장의 지시에 따라 대면 조사에서 서면 조사로 변경됐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반면 통계 감사와 관련해서는 감사위원회 통제 없이 사무처가 중간 결과를 발표한 점 등 절차상 하자는 확인됐지만, 고발이나 중징계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윤재 단장은 "이전 정부 감사원에서는 감사위원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를 요청한 뒤 언론에 공개하는 등 일은 없었다"고 강조하며 "과거 정부와 지난 3년이 달랐던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활동은 의결 사항은 제외하고 각종 감사 과정에서의 위법·부당행위를 점검한 것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부분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책임자 문책 절차도 병행된다. 감사원은 태스크포스가 책임자에 대한 형사상 조치와 징계 필요 사안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후속 처리는 감사원 감찰담당관실로 넘기고, 수사기관 대응과 추가 의혹 확인을 위해 일부 태스크포스 직원을 감찰담당관실에 계속 배치할 예정이다.
김인회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브리핑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태스크포스 활동 결과 정치감사와 무리한 감사로 인해 많은 분께 고통을 드린 사실이 밝혀졌다"며 "고통을 받은 분들에게 감사원을 대표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불가피한 만큼, 감사원이 내놓은 조직 개편과 제도 개선 방안이 국회 논의를 거쳐 제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