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김범석 좀 잡아달라" 눈물로 호소한 쿠팡 노동자 유족, 국회서 진상규명 촉구
정치권과 노동 현장이 충돌했다. 국회에서 열린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 참석한 쿠팡 노동자 유가족들이 경영진을 향해 울분을 쏟아내며 진상규명과 책임 처벌을 요구했다. 눈물 섞인 호소가 이어지자 여야를 막론하고 노동 안전과 기업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30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린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 방청석에는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들의 유가족이 자리했다. 유족들은 청문회 도중 발언 기회를 얻어 쿠팡Inc 김범석 의장과 경영진의 책임을 언급하며 철저한 조사와 사과, 보상을 촉구했다.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근무하다 숨진 고 장덕준 씨의 모친 박미숙 씨는 눈물을 훔치며 발언대에 섰다. 박 씨는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한 쿠팡 관계자들을 향해 격한 어조로 항의하며, 사망 사건을 둘러싼 축소와 은폐 의혹에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된 김범석 의장의 장 씨 사망 사건 축소 및 은폐 지시 의혹을 거론하며 “덕준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전국을 돌며 거리를 헤매던 그 모든 순간이 김범석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고 잠을 잘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이어 “너무 괘씸하고 분하고 정말 용서할 수 없다. 제발 좀 김범석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전날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김 의장이 낸 사과문을 언급하며, 쿠팡에서 일하다 쓰러진 노동자들에 대한 사과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지금까지 쿠팡을 위해 뛰어다니다 쓰러져간 수많은 노동자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며 산재 은폐 의혹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국회에 요구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고 오승용 씨의 누나 오혜리 씨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동생의 사망 경위를 설명했다. 오 씨에 따르면 오승용 씨는 제주 지역에서 새벽 배송 업무를 맡아 하루 11시간 이상 일하며 평균 300∼400개의 물량을 소화했다. 배송지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를 향해 “사과가 그렇게 힘드신가. 대답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말로 죄송하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씨는 “왜 인제 와서 사과하느냐”고 재차 따지며 늦어진 사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동생의 노동 환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뒤 “아이들은 아빠가 죽은 줄도 모른다. 우주에 갔다고, 멀리 우주에서 돈 열심히 벌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쿠팡의 공식적인 사과와 고인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로저스 대표는 산재 인정 및 보상 관련 질의에 대해 “이 내용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는 답변만 거듭 내놓으면서, 유족 설득과 책임 있는 해명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유족 측은 이러한 답변 태도를 두고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연석 청문회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진행된 만큼, 야당은 쿠팡 문제를 노동권 보호와 기업 책임 강화를 위한 정치 쟁점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여당과 정부는 향후 산업재해 조사 결과와 고용노동부 조치 등을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선 쿠팡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노동, 물류센터와 배송 현장의 과로 문제, 원청 기업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입법 논의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는 향후 추가 청문회 개최와 관련 상임위 차원의 현장 조사,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