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의 기적, 아프리카와 나누자”…한아프리카재단, 전문가 에세이집 여섯번째 권 발간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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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와 개발 협력의 접점에서 한국과 아프리카를 둘러싼 물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회와 외교 현장에서 아프리카를 경험한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의 외교 지평을 넓히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아프리카재단은 12일 국내 아프리카 전문가 시리즈 제6권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다: 여섯번째 이야기 출간 사실을 밝혔다. 이 시리즈는 재단이 2019년부터 거의 매년 발간해온 연속 간행물로, 한국과 아프리카를 매개로 활동해온 인사들의 경험과 정책적 제언을 담고 있다.  

이번 6권에는 이주영 초대 국회아프리카포럼 회장, 샤픽 하샤디 주한아프리카외교단장 겸 주한 모로코 대사, 박종대 전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등 10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각 인물은 외교, 경제, 의료, 치안협력 등 각자의 분야에서 쌓은 아프리카 관련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에세이 말미에는 후배 외교관과 정책 담당자, 청년들에게 전하는 조언이 정리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아프리카포럼의 형성과 성장 과정이 눈길을 끈다. 이주영 초대 회장은 책에서 아프리카와의 인연이 2010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으며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을 순방한 계기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아프리카가 대한민국 경제 도약에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2013년 출범한 국회아프리카포럼은 여야를 아우르는 초당적 모임으로 80여 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이 전 부의장은 이후 매주 수요일 70여 차례에 걸쳐 아프리카 전문가와 현장 경험자를 초청하는 조찬 세미나를 진행했다. 현재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이 포럼은 지난 4일 100회 모임을 열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외교 라인에서는 샤픽 하샤디 주한아프리카외교단장이 한국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책에서 한국의 경제·사회 변화를 언급하며 "한국의 변화는 전 세계에 영감을 준다. 한국이 스스로 기적을 만든 그 정신을, 공존과 혁신의 에너지를, 자국의 국경을 넘어 특히 아프리카와 더 넓은 글로벌 사우스로 확장해주기를 바란다"고 썼다.  

 

하샤디 대사는 10년 동안 주한 모로코 대사를 맡으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외교관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신뢰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간의 축적 속에 빚어가는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며 "외교가 삶을 개선하고 평화를 키우며 상호이해를 심화할 때 외교는 가장 고귀한 사명을 달성하게 된다"고 적었다. 외교를 국가 이미지 제고 수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삶의 개선과 평화 증진의 도구로 봐야 한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박종대 전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는 안정된 경력으로 평가받던 미국통 자리에서 벗어나 아프리카로 향했던 결정을 소개했다. 그는 1994년 철수 이후 재개설된 주우간다 대사관에서 대사 대리로 자원한 계기를 설명하며, 아프리카가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박 전 대사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당시 주우간다 대사였던 부친 박영철 전 대사를 따라 우간다에서 거주한 경험도 함께 언급했다.  

 

외교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책에서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나라가 많다"며 청년들에게 더 넓은 시야와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아프리카 현장에 뛰어든 외교관 출신 인사의 경험이 향후 인재 양성의 방향성과도 맞물리는 대목이다.  

 

전날에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제8회 서울아프리카대회를 계기로 책 발간 기념식이 열렸다. 현장에는 필자들을 비롯해 외교·경제·의료 분야 아프리카 전문가들이 참석해 한국과 아프리카 협력의 방향을 논의했다.  

 

의료 분야에선 김동해 명동성모안과원장이 아프리카 의료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안과 진료 봉사를 하느라 힘들 때도 있었는데 아프리카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동지들을 만나게 돼 반갑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안과 의사 수가 인구 1만4천명당 1명 수준이고, 동남아시아는 10만명당 약 1명인데 비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100만명당 1명에 그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격차를 언급하며 앞으로도 아프리카인의 시력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지역 경제·통상 전문가들의 문제의식도 담겼다. 윤여봉 전북특별자치도 경제통상진흥원장은 취재진에게 대한민국이 진정한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하는 마지막 연결고리가 아프리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고난도인 아프리카에서 우리나라가 진정한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에서 30년 넘게 아프리카와 중동 현장에서 활동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 공여국과의 외교 경쟁 속에서 한국 외교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 출신인 김동조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정책전략실 상무, 나이지리아와 이집트에서 근무한 장준원 전 경찰 영사 등도 발간식에서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마주한 치안, 산업정책, 기업 진출 사례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대아프리카 전략이 보다 다층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제기했다는 전언이다.  

 

정치권과 외교·경제계에서는 이번 에세이집이 국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업이 아프리카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실무 경험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를 향한 협력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여야와 정부가 향후 대아프리카 외교 전략과 개발 협력 예산 논의 과정에서 이 같은 현장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서울아프리카대회 등 다자 외교 무대를 발판으로 아프리카와의 협력 의제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치권은 국회아프리카포럼을 중심으로 의회 외교를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한·아프리카재단도 후속 시리즈 발간과 정책연구를 통해 한국의 대아프리카 전략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지속할 방침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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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프리카재단#국회아프리카포럼#샤픽하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