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규모 7.5 뒤 9.0급 경고”…일본, 첫 ‘후발지진 주의정보’ 발령한 까닭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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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5의 해저 지진이 발생한 일본이 이 지진을 계기로 처음 ‘후발지진 주의정보’를 발령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예상되는 최대 규모는 9.0급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넘어서는 시나리오까지 상정돼 방재 체계의 실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진은 이달 8일 오후 11시 15분께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에서 동북쪽으로 약 80㎞ 떨어진 해상에서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 지진의 규모를 7.5로, 모멘트매그니튜드(Mw)는 7.4로 분석했다. Mw는 지진의 실제 방출 에너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후발지진 주의정보 발령 기준인 Mw 7.0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일본 정부와 기상청은 이달 9일 홋카이도 산리쿠 앞바다를 대상으로 후발지진 주의정보를 발표했다. 해당 제도는 2022년 12월 도입된 뒤 실제 발령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 지역은 홋카이도에서 지바현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으로, 진도 6약 이상의 강한 흔들림이나 최대 3m 이상의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7개 도도부현 182개 시정촌이 방재 대응에 나서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후발지진 주의정보는 대형 지진 뒤 일정 기간 그보다 더 큰 지진이 뒤따를 수 있다는 과학적 통계를 토대로 만들어진 제도다. 일본 정부는 이번 지진 뒤 발생할 수 있는 거대지진의 규모를 최대 9.0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는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고려하는 수준으로, 일본해구와 쿠릴해구 연안을 따라 예측되는 대규모 지진·쓰나미 시나리오가 반영된 것이다.

 

주의정보가 발령되면 각 지자체는 가구와 가전제품 고정, 대피 장소와 경로 재확인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점검과 주민 안내에 나서야 한다. 특히 쓰나미 우려 지역에서는 즉시 대피할 수 있는 편한 옷차림으로 잠자리에 들고, 비상 식량·물·라이트 등 필수 물품을 머리맡에 두도록 권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조치가 야간 대규모 지진이나 쓰나미 발생 시 초기 대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내각부와 기상청은 주의정보 발령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 활동은 유지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도로, 철도, 공항 등 주요 교통망은 평소처럼 운영되며, 학교나 상업시설에도 휴업을 요구하지 않는다. 내각부 관계자는 이날 새벽 기자회견에서 “다음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지진에 침착하게 대비해 달라”며 “기본적인 사회경제활동은 계속되기 때문에 학교나 대중교통은 평소대로 해도 좋다”고 밝혔다.

 

전문가와 당국은 후발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수치도 함께 제시했다. 세계 통계를 보면 규모 7.0급 지진 뒤 1주일 안에 더 큰 후발지진이 일어나는 경우는 약 100번 중 1번, 규모 8.0급 지진의 경우 10번 중 1번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확률을 공개하며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는 한편, “가능성은 낮지만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일본 정부가 2022년 12월 도입한 후발지진 주의정보 제도가 실제로 가동된 첫 사례다. 당시 정부는 일본해구 및 쿠릴해구 연안에서 발생할 거대지진과 쓰나미로 최대 20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자체 추정을 토대로, 사전 대비를 강화하기 위해 이 제도를 마련한 바 있다. 제도 도입 이후 “경보 남발에 따른 혼란”과 “사전 경고 부재로 인한 피해 확대”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시민사회와 지자체 일각에서는 이번 첫 발령을 계기로 방재 교육과 인프라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재 매뉴얼과 대피 시설은 크게 늘었지만, 고령자와 장애인, 관광객 등 취약계층을 고려한 경로 설계와 실질적 훈련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가 제도적 경보를 넘어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현실적인 대피 계획’을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후발지진 주의정보는 이달 16일까지 1주일간 유효하며, 별도의 연장 공지가 없으면 종료된다. 기상청과 내각부는 이 기간 여진 활동과 지각 변동을 면밀히 분석해 추가 경보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당국은 “통계상 가능성은 낮더라도, 한 번의 대형 재난이 치명적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주민 각자의 대비와 지자체의 방재 점검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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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후발지진주의정보#동일본대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