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포항전투서 전사한 19세 정용환 일병, 75년 만에 이름 되찾다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진 세월 속에서도 호국영웅을 찾는 노력은 계속됐다. 6·25전쟁 당시 포항전투에서 전사한 고 정용환 일병의 유해가 75년 만에 신원을 확인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5일 고 정용환 일병의 신원을 확인하고 유해를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일병은 6·25전쟁 당시 국군 제3사단 소속으로 포항 지역 방어전에 투입됐다가 19세 젊은 나이로 전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혼이었던 정 일병은 직계 가족이 없어 입대 시기와 정확한 복무 경력 등 세부 정보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 유가족 찾기 작업을 이어가면서 친조카 정헌만 씨의 증언이 단서가 됐다. 이에 따라 참전 경위와 최후 상황이 부분적으로나마 드러났다.
정 일병은 입대 후 국군 제3사단에 배치돼 1950년 8월 9일부터 9월 22일까지 이어진 포항전투에 참전했다. 포항전투는 국군 제3사단을 중심으로 제7사단, 제8사단이 동부전선을 방어해 안강과 경주를 거쳐 부산으로 진출하려던 북한군 제2군단을 저지한 전투다. 국군은 이 전투를 통해 낙동강 동부지역 전세를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일병의 유해는 2005년 3월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천리 도음산 정상에서 발굴됐다. 당시에는 신원을 특정할 수 없어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 장기간에 걸쳐 유가족 찾기와 시료 채취를 병행했다. 이후 최근 친조카와 외조카를 찾아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고, 대조 작업 끝에 정 일병과의 가족관계를 최종 확인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이날 정 일병의 귀환을 기리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족에게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유품을 전달하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에 대한 예우를 표했다.
정 일병은 올해 들어 18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이다. 국방부는 2000년 4월부터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정 일병을 포함해 총 266명의 국군 전사자 신원을 확인했다.
국방부는 전사자의 신원 확인과 유해 봉환 작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유해발굴과 유전자 분석 등 관련 사업을 이어가 미확인 전사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