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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주차가 갈등 줄일까”…경차 논쟁에 IT업계도 주목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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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의 일반 차량 구역 주차를 두고 벌어진 온라인 논쟁이 단순한 매너 공방을 넘어 도시 교통 인프라와 스마트 주차 기술 설계 문제로 번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경차 차주를 향한 비난과 옹호가 맞서는 사이, 업계에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주차 시스템이 이런 갈등을 줄일 수 있는 해법으로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차량 크기나 차종별 고정 구역 지정 방식이 아니라, 시간대와 수요 패턴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주차 구역을 탄력적으로 배분하는 기술이 주차 갈등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차 차주가 올린 글이 논쟁의 촉발점이 됐다. 글쓴이는 아파트 단지 내 일반 차량 구역에 주차했다가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몰상식하다”는 비난을 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단지는 주차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고, 별도 경차 할인이나 강제 규정도 없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법적으로 문제 없는데 왜 비난하느냐”는 반응과 “늦은 밤 일반 구역이 부족해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경차 전용 구역은 원래 좁은 공간을 활용해 총 주차 대수를 늘리기 위한 도시계획 장치이자, 소형차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실제 사용 단계에서는 법적 강제성이 약하고, 단지별로 운영 규칙이 제각각이라 이용자 인식 차이가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출퇴근·심야 시간대마다 수요가 크게 달라지지만, 구역 배치는 고정된 채로 남아 있어 “빈자리는 있는데 필요한 사람은 못 쓰는” 비효율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IT 업계와 지자체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스마트 주차 플랫폼으로 풀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차량 번호 인식 카메라와 IoT 센서로 실시간 주차 점유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시간대별·차종별 수요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평일 밤 11시 이후 경차 구역 평균 점유율이 낮고, 일반 구역은 만차에 가까운 패턴이 반복된다면, 시스템이 이 시간대에는 경차 전용 일부 구획을 일반 차량도 이용할 수 있는 ‘공유 구역’으로 전환하라고 관리사무소에 제안하는 식이다. 모바일 앱과 연동하면 운전자에게도 “현재 이 시간대 경차 전용구역 일부는 개방 중” 같은 안내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요 기반 탄력 배분 방식은 단순 선형 구획보다 높은 주차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차량 크기, 회전 반경, 진입 동선, 교통 약자 동선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공간을 재설계하는 알고리즘 연구도 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경차·중형·대형을 자동 인식해, 실제 주차 가능한 칸 수를 실시간으로 재계산해 보여주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기존 “세대당 1대” 같은 정태적인 기준보다 “동시간대 수요 커버율”을 기준으로 설계를 검증하겠다는 접근이다.

 

글로벌 도시들도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어 비교가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 대도시에서는 ‘차종 전용’보다 ‘이용 목적’과 ‘체류 시간’을 기준으로 주차 공간을 나누는 스마트 주차 정책이 확산 중이다. 예를 들어 도심 상권에는 물류차량과 카셰어링, 장애인 차량을 위한 구역을 시간대별로 분할하고, 일반 승용차는 인근 공영 주차장으로 유도하는 식이다. 일본 일부 지자체는 경차 보급률이 높음에도 별도 전용구역을 대규모로 두기보다, 협소 공간 위주로만 경차 구역을 지정하고 나머지는 IT 기반 수요 관리로 대응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주차장법과 지자체 조례가 면적, 최소 폭, 장애인 구역 등 구조적 기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시간 데이터 기반 탄력 운영은 시범 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법령상 경차 전용 구역 사용을 의무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주민 자율 규약이나 커뮤니티 여론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경차 혜택이나 이용 원칙을 둘러싼 인식 차이가 곧바로 갈등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기반 정밀 설계와 투명한 운영 규칙이 갈등 완화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교통공학 분야에서는 “시간대별·차종별 주차 수요를 실제 측정해 단지별로 ‘맞춤형 구획 비율’을 산출하고, 이 기준과 변경 조건을 주민에게 공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앱 기반 사전 예약제, 동별 우선권, 경차·전기차·장애인 차량 등 교통 약자 배려 그룹에 대한 차등 정책도 AI 수요예측과 결합해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경차 전용구역을 둘러싼 온라인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스마트 주차 인프라와 교통 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 끌어올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지 내 갈등을 줄이고 공간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과 제도 설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산업계와 지자체의 선택이 주목된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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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주차#경차전용구역#ai교통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