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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반도체”…ICT수출 11월 역대 최대 경신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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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호황이 정보통신기술 산업 수출 구조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11월 우리나라 ICT 수출이 글로벌 기기 수요 회복세에 힘입어 10개월 연속 증가를 이어가며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는 고대역폭 메모리와 차세대 D램 수요가 겹치며 올해에만 네 차례 사상 최대치를 새로 쓰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메모리가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 반등 국면을 주도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14일 발표한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1월 ICT 수출은 254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4.3퍼센트 증가했다. 수입은 127억7000만달러로 2.7퍼센트 늘어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과 무역수지 모두 ICT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증가세를 주도했다. 11월 반도체 수출은 172억7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8.6퍼센트 늘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고정 가격 상승에 더해 차세대 규격인 DDR5와 인공지능 가속용 HBM 같은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실적을 밀어올렸다. 6월과 8월, 9월에 이어 11월에도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갈아치우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16억달러로 3.7퍼센트 감소했다.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호조와 노트북·태블릿 등 IT 기기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채택이 늘면서 OLED 수출은 반등했지만, 액정표시장치 가격 하락과 세트업체 발주 둔화가 발목을 잡았다. LCD 중심의 저가 패널 비중이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휴대폰 수출은 15억달러로 3.5퍼센트 증가했다. 완제품 수출은 줄었지만 카메라 모듈, 3차원 센싱 모듈 등 고성능 부품 공급이 크게 확대된 영향이 컸다. 고사양 촬영 기능과 얼굴인식, 증강현실 기능 수요가 늘면서 한국 부품 기업의 고부가 제품 공급이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컴퓨터와 주변기기 수출은 15억2000만달러로 1.9퍼센트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전년 높은 기저 영향으로 감소했지만 중국과 네덜란드, 대만에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가 호조를 보이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증설과 기업용 PC 교체 수요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장비는 2억달러를 수출해 3.3퍼센트 증가했다. 미국에서 차량용 네트워크와 5세대 이동통신 장비 수요가 늘었고, 베트남에서는 무선통신기기용 부품 수요가 견조했다. 5세대 이동통신 상용망 고도화와 전장용 통신 시장 확대가 수출 기반을 넓히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역별로 보면 ICT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홍콩 향 수출이 99억1000만달러로 25.3퍼센트 늘며 회복세를 확인했다. 대만 수출은 32억4000만달러로 32.2퍼센트 증가했고, 베트남은 36억8000만달러로 11.6퍼센트 늘었다. 인공지능용 서버와 스마트폰, 가전 위탁생산 기지 역할을 하는 이 지역들에서 메모리와 부품 수요가 동반 확대되는 흐름이다.

 

미국 수출은 32억8000만달러로 7.9퍼센트 증가했고, 유럽연합은 12억7000만달러로 18.1퍼센트 확대됐다.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서버용 부품 중심의 수요가 이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인도 수출은 통신장비 발주 감소로 4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8.9퍼센트 줄었다.

 

일본으로의 ICT 수출은 3억5000만달러로 18퍼센트 증가했다. 반도체와 컴퓨터·주변기기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다. 일본 내 반도체 후공정 설비 투자와 제조업 디지털 전환 수요가 겹치면서 한국산 부품 조달이 확대되는 양상으로 풀이된다.

 

ICT 수입은 품목별로 휴대폰이 8억7000만달러로 26.9퍼센트 증가했고, 컴퓨터·주변기기는 13억4000만달러로 11.2퍼센트 늘었다. 통신장비 수입도 3억8000만달러로 21.5퍼센트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 수입은 63억6000만달러로 3.3퍼센트 감소했고, 디스플레이는 3억4000만달러로 0.7퍼센트 줄었다.

 

수입 상대국별로는 베트남으로부터의 ICT 수입이 12억7000만달러로 5.4퍼센트 늘었다. 반면 중국과 홍콩은 38억달러로 18.4퍼센트, 미국은 7억3000만달러로 6퍼센트, 대만은 22억8000만달러로 7.8퍼센트, 일본은 11억4000만달러로 11퍼센트 각각 감소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 생산기지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추세가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과 고성능 컴퓨팅 수요 확대가 향후 몇 년간 메모리 중심 ICT 수출 구조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면서도, 장비와 설계, 시스템 반도체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병행돼야 경기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계는 11월의 기록적인 실적이 일시적인 가격 회복에 그칠지, 구조적 수요 전환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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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ict수출#과학기술정보통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