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0.27% 하락·코스닥 0.38% 상승 마감…FOMC 경계에 외국인 매도 확대

임서진 기자
입력

9일 국내 증시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짙어진 가운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는 외국인 중심 매도세와 환율 상승 영향으로 약보합 마감했고, 코스닥은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소폭 상승하며 성장주 중심의 선방 흐름을 이어갔다. 단기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증시 흐름이 재차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21포인트 0.27퍼센트 내린 4,143.55에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부터 매도 우위가 이어지며 전장 대비 25.08포인트 0.60퍼센트 떨어진 4,129.77에서 출발한 뒤 장중 내내 약보합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코스피, FOMC 경계에 0.27% 하락 마감…코스닥은 0.38% 상승
코스피, FOMC 경계에 0.27% 하락 마감…코스닥은 0.38% 상승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4원 오른 1,472.3원에 형성됐다. 달러 강세와 맞물려 위험자산 선호가 다소 약화된 모습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과 외국인 매도 압력이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18억 원, 906억 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지수에 부담을 줬다. 반면 기관은 494억 원을 순매수해 하락 폭을 일부 만회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외국인 매도 기조가 이어졌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1,716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현물과 선물 모두에서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파생상품을 통한 헤지·차익 실현 수요가 동반된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 증시 약세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8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5.67포인트 0.45퍼센트 하락한 47,739.32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0.35퍼센트, 0.14퍼센트 떨어지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뉴욕증시 전반이 조정을 받았지만 엔비디아는 선전했다. 인공지능 칩 H200의 대중국 수출 허용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1.72퍼센트 상승했다. 장 마감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관련 기대가 구체화됐으나, 국내 반도체 대표주는 차익 실현과 규제 이슈 부담으로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는 동반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00퍼센트 내린 10만8천4백 원에, SK하이닉스는 1.91퍼센트 떨어진 56만6천 원에 장을 마쳤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한 달 만에 다시 투자주의 투자경고 지정예고 종목으로 분류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돼 주가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2차전지와 자동차 업종도 글로벌 투자 의견 하향의 직격탄을 맞았다. 모건스탠리가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추자 배터리 공급사와 완성차 종목이 동반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77퍼센트 밀렸고,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69퍼센트, 1.43퍼센트 내렸다. 전기차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재평가 압력이 국내 관련 종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방산과 조선, 일부 대형 바이오주는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 하락 폭을 제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90퍼센트 상승했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6.26퍼센트, 2.45퍼센트 오르며 업종 내 강세 종목으로 부각됐다. 경기 방어 성격이 강한 업종과 수주 모멘텀을 가진 종목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경기 민감주와 방어 업종 간 희비가 갈렸다. 금속업종이 1.35퍼센트 오르며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고, 제약 1.20퍼센트, 운송장비·부품 0.79퍼센트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반면 전기·전자 업종은 반도체 약세 영향으로 1.20퍼센트 하락했으며, 전기·가스는 1.51퍼센트, 증권은 0.67퍼센트 떨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동향에 대해 국내 증시는 전날 상승 이후 경계 심리가 유입되며 약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FOMC 회의를 앞둔 경계감이 강화되며 시장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 업종은 미국 기술주 상승에도 훈풍 유입이 제한됐다며 SK하이닉스가 전날 급등 후 투자경고 지정예고 종목으로 묶이면서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은 대형주 중심 코스피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56포인트 0.38퍼센트 오른 931.35에 마감했다. 지수는 장 시작과 함께 전장 대비 0.86포인트 0.09퍼센트 낮은 926.93에서 출발했으나, 곧바로 상승 전환해 장 초반부터 반등 흐름을 이어갔다.

 

수급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83억 원, 1,222억 원을 순매도했음에도 개인이 2,304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성장주 선호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는 흐름이다.

 

코스닥 대표 성장주 가운데 바이오주는 혼조세를 보인 반면, 2차전지와 로봇 관련주는 강세를 나타냈다.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는 각각 0.22퍼센트, 0.32퍼센트 하락한 반면, 에코프로비엠은 5.08퍼센트 급등했고 에코프로도 0.26퍼센트 올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3.03퍼센트 오르며 로봇 관련주의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신규 상장 이슈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영국 기업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테라뷰는 상장 첫날 강한 수급이 몰리며 공모가의 두 배에 안착했다. 테라뷰는 공모가 8천 원의 정확히 두 배 수준인 1만6천 원에 장을 마치며 이른바 따블을 기록했다. 글로벌 기술 기업의 코스닥 진입 사례가 늘어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거래 동향을 보면 유동성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모두에서 활발한 수준을 유지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3조2,056억 원,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10조16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메인마켓을 합친 거래대금은 6조8,850억 원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FOMC 회의를 앞두고 금리와 통화정책 방향을 확인하려는 관망세가 확대되면서 외국인 중심 매도와 환율 상승이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향후 미국 통화정책 결정과 글로벌 경기 지표 결과에 따라 외국인 수급과 환율, 국내 증시 흐름이 재차 조정될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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