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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가 만든 통합케어 인프라”…넥슨, 도토리하우스에 1억7천 후원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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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 자본이 소아 의료·재활 인프라를 키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넥슨이 조성한 후원 기금이 병원의 통합 돌봄 인프라 개선과 가족 단위 프로그램 신설에 투입되면서, 민간 IT 기업이 공공 의료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게임 이용자 커뮤니티와 임직원이 함께 만든 의료 사회공헌 모델의 확장판으로 본다.

 

넥슨은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도토리하우스에 총 1억7000여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도토리하우스는 중증·희귀난치질환 소아청소년과 가족을 대상으로 정서·놀이 기반 통합 돌봄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이번 후원은 이용자 참여형 캠페인과 사내 기부 프로그램을 결합한 형태로 이뤄졌다.

후원 재원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넥슨 이용자가 참여한 넥슨 히어로 캠페인을 통해 도토리하우스 운영 기금 1억 원이 마련됐다. 여기에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적립하는 매칭 그랜트형 더블유 캠페인을 통해 모인 7300여만 원이 더해졌다. 2회를 맞은 더블유 캠페인은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사내 전용 페이지에서 진행됐으며, 약 650명의 임직원이 참여해 개인 및 조직 기부금 3600여만 원을 모았다. 넥슨은 동일 규모의 회사 부담금을 더해 최종 기부 규모를 키웠다.

 

기부금 사용처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더블유 캠페인 재원은 도토리하우스 리모델링과 시설 보수, 낙상 방지 설비 보강, 치료용 기자재 구입에 우선 투입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중증 소아 환자의 장기 입원과 반복 치료 과정에서 안전 설비와 재활 보조기기, 감각·놀이 치료 기자재의 품질이 환아 정서 안정과 치료 순응도에 직결된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이번 기금은 기존 시설 개선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넥슨 히어로를 통해 마련된 1억 원의 운영 기금은 도토리하우스의 새로운 가족 캠프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 확충에 집중된다. 가족 캠프는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와 그 가족이 의료진, 사회복지사, 봉사자와 함께 1박 2일 동안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내년부터 신설된다. 병원 입원과 치료 중심의 시간을 벗어나 가족이 함께 추억을 만들고, 장기 치료 과정에서 소진된 보호자와 형제자매의 정서 회복을 돕는 장으로 설계됐다.

 

도토리하우스는 이번 기부를 계기로 전문 놀이치료사 인력을 확충하고, 가족 캠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더 많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정서·놀이 중심의 통합 케어를 제공할 계획이다. 놀이치료사는 환아의 발달 단계와 질환 특성을 반영해 맞춤형 놀이·상호작용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전문 인력으로, 정밀의료와 별개로 환아 삶의 질을 높이는 비약물 치료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넥슨과 서울대병원의 협력은 단발성 후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넥슨은 대표 게임 지식재산인 메이플스토리와 연계한 캠페인을 통해 도토리하우스에 3억 원을 전달했다. 당시 기금은 환아 형제자매를 위한 놀이 프로그램과 사회복지사 인건비 지원에 사용됐다. 환아 본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를 지원 범위에 포함시키는 통합 케어 모델은 국내 소아 의료 현장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영역으로, 게임사 후원이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 측은 이번 기부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은 이용자와 임직원, 회사가 함께 만든 기금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환아와 가족의 일상을 지지하고 치료 경험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병원 측도 이번 후원이 환아 가족에게 쉼과 유대의 시간을 제공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게임 이용자와 임직원이 함께 모은 기부 문화에 의미를 부여했다.

 

넥슨재단은 창립 30주년 기념 넥슨 히어로30 기금을 기반으로 어린이 의료 지원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넥슨과 함께하는 2025 푸르메워크 남산 행사 지원, 중증 장애 아동 방문 재활 사업 지원, 장애 아동 로봇 재활치료 확대 운영 기금 등도 같은 흐름에 있다. IT·게임 기업이 축적한 자본과 이용자 커뮤니티를 활용해 재활·보조 공학, 디지털 치료, 통합 돌봄 등 바이오·헬스케어 영역의 인프라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활동은 공공정책과도 맞물린다. 넥슨재단은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및 운영 지원, 발달장애인 자립 지원, 청각장애 아동·청소년 지원, 넥슨 히어로 캠페인 등을 통해 장애인 인권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달 한국장애인인권상 민간기업 부문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게임 산업과 디지털 콘텐츠 기업의 사회공헌이 단기 기부를 넘어 장애·재활·정서 케어 등 공공 의료 사각지대 보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IT·바이오 융합 관점에서 보면, 병원 통합케어센터에 대한 민간 게임사의 장기적 후원은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와 연동될 여지도 있다. 재활 로봇, 디지털 치료제, 게임 기반 인지·정서 치료 프로그램 등과 연계된 생태계가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와 같은 현장 인프라를 통해 시험·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산업계는 게임사가 지원하는 어린이 의료 인프라가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실제 적용 무대가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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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서울대병원#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