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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행정까지 맡는다…LG유플러스, U플러스슈퍼스쿨로 교사업무경감 나선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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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행정 지원 기술이 공교육 현장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유플러스가 학교 행정관리 서비스 U플러스슈퍼스쿨을 선보이며 교사 행정 관리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생활기록부 작성과 출결 관리처럼 반복적이면서도 규정이 까다로운 업무를 AI에 맡겨 교사의 행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초거대 언어모델을 앞세운 통신사의 교육 SaaS 진출이 교단의 업무 구조를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유플러스는 30일 공교육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AI 기반 교사 행정 관리 서비스 U플러스슈퍼스쿨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학교 행정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탑재해 생활기록부 작성, 출결 처리, 각종 결재와 증빙 서류 관리까지 묶은 차세대 학교 행정관리 솔루션이다. 공공 클라우드 보안 인증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SaaS 형태로 제공해 전국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가 손쉽게 도입하는 구조를 겨냥했다.

기술의 핵심은 교사의 실제 행정 흐름을 학습한 AI 에이전트다. 시스템에 누적된 학생별 학업 성취도와 비교과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활기록부 초안을 자동 생성하고, 교사는 이를 검토·수정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수기 작성과 개별 엑셀 정리 중심이던 기존 방식에 비해 문장 추천과 항목별 정합성 검토가 자동화돼 작성 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효과를 노렸다. 정영훈 LG유플러스 기업AI사업담당 상무는 서류와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리해 교사가 더 정밀하게 생활기록부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설계 목표라고 설명했다.

 

출결 관리 영역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앞세웠다. 고교학점제 확대에 따라 학생들이 과목별로 흩어져 수업을 듣는 분반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출석 체크, 출결 변경, 체험학습 처리 등이 교사에게 큰 부담으로 떠올랐다. U플러스슈퍼스쿨은 출석부, 출결 신고서, 체험학습 서류를 비롯한 출석 관련 절차를 모두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학생·학부모 신청부터 교사와 학교 관리자 승인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 전자 결재로 돌려, 종이 서류 수집과 수작업 입력에서 생기던 누락·오류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데이터 관리 방식도 바뀐다. 기존에는 종이 서류와 개별 파일에 흩어져 있던 학생 활동 이력이 U플러스슈퍼스쿨 플랫폼에 자동 축적된다. 교사는 학기·학년·과목별로 정리된 데이터에서 특정 학생의 출결 패턴이나 비교과 활동 이력을 빠르게 검색·분석할 수 있다. 생활기록부 작성뿐 아니라 상담, 학부모 소통, 진로 안내 등 후속 업무에도 데이터를 재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AI 엔진은 LG그룹이 자체 개발한 초거대 언어모델 엑사원을 기반으로 한다. 대규모 언어 이해와 생성 능력을 활용해 생활기록부 문장 초안 작성, 행정 문서 요약, 입력값 검증 등을 수행하는 구조다. 교육 행정 분야 특유의 규정·용어 체계를 반영한 도메인 특화 튜닝을 통해 일반 목적형 챗봇보다 오류를 줄이고, 학교 간 문서 양식 차이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기술은 과거 단순 서식 자동완성 수준에 머물던 학교 행정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넘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맥을 이해하고 추천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비스 인프라는 공공 클라우드 보안 인증 제도 CSAP의 서비스형인프라 중 등급을 획득한 환경 위에 구축했다. 학생 생활기록부와 출결 정보는 민감도가 높은 교육 데이터로 분류돼,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정보시스템 수준의 보안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LG유플러스는 국가·지자체·학교 등 공공기관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보안성을 확보해, 학생 정보 유출 우려를 줄였다고 강조했다. 접근 통제와 로그 관리, 데이터 암호화 등 공공 규격에 맞춘 보안 통제가 기본 탑재된 구조다.

 

학교 행정 시장은 그간 전통적인 전산 시스템과 개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운영돼 왔지만, AI와 클라우드를 결합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전환은 이제 시작 단계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교육용 학습관리시스템과 행정시스템에 AI를 접목해 등급 관리, 과제 피드백, 학습 진단을 자동화하는 시도가 진행 중이지만, 생활기록부 같은 국가 공교육 고유의 행정 체계까지 아우른 서비스는 아직 많지 않다. LG유플러스가 자사 초거대 AI와 공공 클라우드 역량을 결합해 이 영역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교원 업무 과중 논란이 겹치면서 AI 기반 행정 지원 도입이 가속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생활기록부와 출결 데이터는 평가와 진학에 직접 연결되는 만큼, AI가 제안한 내용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교육청과 학교별로 다른 규정과 관행을 시스템에 반영하는 표준화 작업이 상용화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거론된다.

 

LG유플러스는 U플러스슈퍼스쿨을 기반으로 교육청·지자체와 협력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업 설계와 학습 분석까지 기능을 넓힌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교사의 행정 부담을 AI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지, 그리고 공공 부문의 보안·신뢰 요구를 충족하며 확산할 수 있을지에 교육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서비스가 실제 학교 현장에 안착해 공교육 디지털 전환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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