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A.X K1로 도전장…SKT, 5000억 파라미터로 AI 3강 겨눈다
초거대 인공지능이 통신과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를 다시 짜고 있다. SK텔레콤 정예팀이 매개변수 500B 규모의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 A.X K1을 공개하며 글로벌 AI 3강 구도에 도전장을 냈다. 통신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GPU 클러스터를 묶은 자체 인프라 위에 초거대 모델을 올려, 국내 산업 전반에 제공하는 AI 사회 간접자본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국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 정예팀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A.X K1의 세부 내용을 대국민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소개했다. 발표는 정석근 SK텔레콤 AI CIC장이 맡았으며, 500B급 초거대 모델의 필요성과 기술적 강점, 산업 적용 전략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정 CIC장은 먼저 모델 규모와 성능이 비례하는 초거대 언어모델 경쟁 환경에서 한국이 글로벌 3강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 500B급 모델을 제시했다. 5000억개 매개변수 모델은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복잡한 추론과 장문 작성, 멀티태스크 처리처럼 고난도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국가 차원의 AI 기반 사회 간접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기존 수십억~수백억 매개변수 모델이 특정 업무에 특화된 반면, 500B급 모델은 다양한 산업 도메인을 동시에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폭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술적 차별점으로는 AI 인프라부터 모델,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AI 가치 사슬이 꼽혔다. SK텔레콤은 자체 GPU 클러스터 해인과 울산에 구축 중인 국내 최대 규모급 AI 데이터센터를 A.X K1의 기반 인프라로 제시했다. 해인은 대규모 GPU를 고속 네트워크로 묶어 초거대 모델 학습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울산 데이터센터는 향후 모델 확장과 멀티모달 AI 서비스까지 고려한 전력·냉각·네트워크 설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 개발 생태계 측면에서도 대학과 스타트업, 계열사 협력 구조를 앞세웠다. SK텔레콤은 서울대학교와 KAIST 교수진과 함께 A.X K1 아키텍처와 학습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의 협업으로 AI 가속기와 모델 최적화를 병행하고, 크래프톤의 게임 데이터, 포티투닷의 모빌리티 데이터, 라이너와 셀렉트스타의 서비스·학습데이터 역량을 더해 도메인 특화 성능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양한 산업 데이터와 실제 서비스 트래픽을 학습과 평가에 반영해, 연구용 모델에 그치지 않는 실사용 중심 모델을 구현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시장 확산 전략에서는 모두의 AI를 표방하며 B2C와 B2B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미 1000만 이용자를 확보한 AI 서비스 에이닷을 운영 중이며, A.X K1을 기반 엔진으로 점진 교체하거나 신규 기능에 우선 적용해 이용자 경험을 고도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AX 등 관계사에 A.X K1을 적용해 반도체 제조, 에너지, 모빌리티 등에서 생산성 향상과 공정 최적화, 고객 서비스 자동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파운데이션 모델을 그룹 차원의 공통 플랫폼으로 활용해, 계열사별로 따로 모델을 구축하는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코엑스 현장에는 A.X K1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관람객은 챗봇 형태의 인터페이스에서 신속 모드와 사고 모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질의응답을 체험할 수 있다. 신속 모드는 환율 개념을 5분 안에 이해하는 방법, 새해 일출 명소 추천처럼 일상 정보와 단순 지식 검색에 최적화된 응답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사고 모드는 대입 수학능력시험 유형의 복합 문제 풀이, 사용자 요구에 맞춘 자동 코딩 등 고난도 추론과 계획 수립을 요구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파운데이션 모델이 단순 언어 생성기가 아니라 복합 추론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시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수천억~수조 개 매개변수급 모델 경쟁이 본격화돼 있다. 미국과 중국 빅테크가 각국 언어와 산업 환경에 특화된 초거대 모델을 연이어 발표하는 가운데, 한국어와 국내 산업 데이터에 최적화된 독자 모델 확보는 데이터 주권과 디지털 경쟁력 차원에서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의 500B 모델 출시는 국내 통신사와 빅테크,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규모와 산업 연계 측면의 기준점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과제로는 에너지 효율과 비용, 안전성 확보가 꼽힌다. 500B급 모델 학습과 추론은 막대한 전력과 GPU 자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모델 압축과 혼합 전문가 구조, 저정밀 연산 최적화 같은 기술이 병행돼야 한다. 동시에 초거대 모델 특유의 환각과 편향 문제를 줄이기 위한 안전성 평가와 레드팀 테스트, 정책 기반 응답 제어 체계도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AI 안전성과 관련한 법제 논의가 초기 단계인 만큼, 기업 자율 규범과 정부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정교화될지에 따라 상용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김태윤 SK텔레콤 파운데이션 모델 담당은 A.X K1이 챗봇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 비서, 콜센터 자동응답, 개발자 지원 도구, 산업별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 등에 A.X K1을 탑재해 실제 현장의 업무 방식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산업계는 SK텔레콤 정예팀의 초거대 모델 전략이 글로벌 AI 3강과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지, 그리고 국내 시장을 넘어 수출용 파운데이션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