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생태계 동맹 확대”…현대차그룹, 에어리퀴드와 글로벌 인프라→장기 전략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산업용 가스 기업 에어리퀴드와 손잡고 수소 생태계 확대를 위한 전략적 공조에 나섰다. 수소 분야 최고경영자 협의체로 자리매김한 수소위원회의 공동 의장사인 양사는 서울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CEO 총회 기간에 맞춰 협력 체계를 재정비하며, 수소 밸류체인 전 과정을 아우르는 포괄적 동맹 구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수소 생산과 인프라, 모빌리티를 하나의 축으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인 산업 전략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5일,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수소위원회 CEO 총회 기간 중 에어리퀴드와 수소 생태계 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체결식에는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켄 라미레즈 에너지&수소사업본부장 부사장, 프랑수아 자코브 에어리퀴드그룹 회장이 참석해 장기 파트너십 방향을 공유했다. 양사는 수소위원회 공동 의장사로서 축적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정책 영향력을 토대로, 수소 분야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민간 주도의 수소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의 지리적 축은 한국, 미국, 유럽으로 설정됐다. 현대차그룹과 에어리퀴드는 이 세 지역을 수소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규정하고,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에 대한 고도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생산 측면에서는 그린 수소 기반 확대를 염두에 둔 공정 효율화와 비용 절감이 핵심 과제로 거론되고 있으며, 운송과 저장 분야에서는 액화 수소와 고압 압축 기술, 대형 운송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중점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수소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수요 확보와 인프라 구축을 병행하는 전략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상용차, 대형 물류 차량, 대중교통 수단을 중심으로 한 수소 연료전지 차량 보급 확대에 대응해, 글로벌 수소충전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방안을 협력 의제에 포함했다. 이를 통해 수소 상용차를 양산하는 현대차그룹과 수소 생산·공급 역량을 갖춘 에어리퀴드의 이해관계를 정교하게 접합하고, 충전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수익성 문제를 공동으로 완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정적 공급망 구축과 안전성 강화도 양측이 강조한 축이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수소가 중장기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생산 확대를 넘어, 공급 기지 다변화와 저장·운송 과정의 안전 기준 상향이 필수 조건으로 지적돼 왔다. 현대차그룹과 에어리퀴드는 향후 그린 수소 생산에서의 탄소 저감 기술과 더불어, 충전소 및 대규모 저장 설비에서의 누출 감지, 화재 예방, 비상 대응 프로토콜 등 안전 관련 기술 개발에도 공동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는 각국 정부가 수소 인프라에 요구하는 규제 수준이 높아지는 흐름과도 맞물린다는 평가다.
수소위원회 차원의 정책 연계도 주목할 대목이다. 양사는 공동 의장사로서 각국 정부와 국제 기구를 상대로 수소 관련 정책·규제 논의에 적극 참여해온 만큼, 이번 전략적 협력은 민간 프로젝트와 글로벌 정책 어젠다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수소위원회 플랫폼을 통해 축적된 시장 정보와 정책 대응 경험이 한·미·유럽을 잇는 수소 프로젝트의 리스크 관리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켄 라미레즈 현대차그룹 에너지&수소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에어리퀴드와의 협력을 통해 수소를 효율적인 에너지 설루션으로 구현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프로젝트 실행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 구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수소 연료전지 상용차 및 연료전지 시스템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 역량과, 에어리퀴드가 보유한 대규모 가스 플랜트 및 수소 공급 인프라 운영 경험이 결합될 경우, 글로벌 수소 모빌리티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수소 산업은 여전히 초기 투자 부담과 수익성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지만, 현대차그룹과 에어리퀴드의 이번 행보는 장기적 관점의 ‘수소 인프라 베팅’으로 해석된다. 한국, 미국, 유럽을 잇는 삼각 축에서 수소 생산과 모빌리티, 충전 인프라를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어내려는 전략은, 향후 규제 환경과 탄소중립 정책의 진전에 따라 경쟁사와의 격차를 좌우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민간 주도의 대규모 협력 구도가 수소 경제의 실질적인 성장 궤적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