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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AI로 버티컬 공략…네이버, 중동 연대해 스타트업 키운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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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AI 전략이 스타트업 생태계와 결합하며 국내 인공지능 산업의 판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외부에 개방해 버티컬 AI 스타트업을 키우고, 네이버 아라비아와 연계해 중동 시장 동반 진출까지 지원하는 구조다. 거대 언어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묶은 이 플랫폼은 국내 기업이 빅테크 의존도를 줄이면서 산업별 특화 서비스를 구축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협력이 한국형 소버린 AI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네이버 아라비아는 12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손잡고 독자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버티컬 AI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세 기관은 업무협약을 통해 국내 AI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공동 목표로 제시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스타트업이 활용하도록 개방해 산업 현장 중심의 AI 혁신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버티컬 AI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로 학습해 텍스트와 이미지 등 다양한 작업을 처리하는 범용 인공지능 모델을 뜻한다. 여기에 특정 산업의 도메인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추가 학습시키면, 의료나 금융, 제조, 유통 등 개별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AI로 전환할 수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 구조를 국내 스타트업에 제공해 기존에 대기업 중심으로만 시도되던 산업 특화 AI 고도화를 스타트업 레벨까지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각자의 역량을 나눠 맡는다. 네이버클라우드는 AI 인프라와 모델 기술을 제공하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회원사 네트워크와 초기 기업 발굴 능력을 바탕으로 AI를 실질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큰 유망 스타트업을 찾는 역할이다. 양측은 공동 발굴한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 현장에 곧바로 투입 가능한 버티컬 AI 활용 사례를 만들고, 이를 다시 다른 기업에 확산시키는 구조를 설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선발된 스타트업에는 공모전과 멘토링 등 프로그램이 함께 제공된다. 특히 네이버클라우드가 보유한 거대 언어 모델 하이퍼클로바X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고가의 연산 자원과 대규모 모델에 접근하기 어려운 초기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스타트업은 이를 기반으로 고객 상담 자동화, 문서 분석, 이미지 생성, 다국어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 실험과 고도화를 빠르게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력은 국내 시장을 넘어 중동을 축으로 한 글로벌 확장 전략과도 맞물린다. 네이버 아라비아는 네이버의 중동 지역 합작 법인으로, 중동 현지 디지털 전환 수요와 파트너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세 기관은 네이버 아라비아를 통해 스타트업에 중동 시장 정보와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제공해 실질적인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동은 에너지, 금융, 공공, 스마트시티 등 전 산업에서 AI 도입과 디지털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지역으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검증한 버티컬 AI 서비스를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글로벌 AI 시장에서는 이미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둘러싼 주권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과 유럽, 중동 주요국은 자체 데이터와 언어, 규제를 반영한 모델을 확보해 글로벌 빅테크 종속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협력은 국내에서 개발한 모델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다시 이들이 해외에서 레퍼런스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중동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버티컬 AI 솔루션 공급자로 자리 잡을 경우, 국내 AI 인프라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이번 협력이 국내 기술로 개발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의 활용 영역을 스타트업과 산업 전반으로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소버린 AI 생태계 확장을 강조하며, 유망 스타트업이 중동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소버린 AI는 국가나 지역이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 규제를 바탕으로 통제 가능한 AI를 구축하려는 전략을 의미하며, 최근 데이터 주권과 보안, 규제 준수 측면에서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로 옴니 파운데이션 모델도 예고했다. 옴니 모델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생성하는 멀티모달 AI를 지향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하나의 모델로 고객 음성 상담, 화면 이미지 분석, 영상 요약, 문서 생성까지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어, 향후 지원 프로그램에 본격 연동될 경우 서비스 기획 옵션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네이버클라우드의 이번 행보가 글로벌 초거대 모델 단가 경쟁보다는, 자체 모델을 활용한 산업 현장 밀착형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찍은 전략으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이 실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버티컬 AI 사례를 얼마나 빠르게 축적하느냐에 따라 국내 소버린 AI의 설득력이 좌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번 협력이 일회성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규제와 데이터 개방 논의까지 수반하는 중장기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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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아라비아#코리아스타트업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