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관세 충격 후 인사개편”…현대차그룹, AVP·R&D 재정비→세대교체 가속
현대차그룹이 18일 사장단을 포함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미국 관세 충격으로 수익성과 투자 계획에 조정이 불가피했던 한 해를 넘어, 그룹은 조직 안정과 미래 경쟁력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겨냥한 인사 기조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특히 연구개발 체계의 핵심인 AVP본부와 R&D본부 수장 교체, 그리고 재무 전략의 상징적 인물인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의 현대차 복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정기 인사에서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전략을 담당하는 AVP본부와 전사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R&D본부의 새 사령탑을 내정하고 최종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조직을 이끌었던 송창현 전 AVP본부장과 양희원 전 R&D본부장이 인사에 앞서 용퇴하면서, 그룹의 차세대 기술 로드맵을 설계할 인물들이 교체되는 국면이 열렸다. AVP본부장 후임으로는 최진희 포티투닷 부대표가, R&D본부장 자리에는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이 거론되며, 외부 영입보다 내부 성장과 승진을 통해 기존 연구개발 기조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맞닥뜨린 미국 관세 리스크는 전동화 전환과 북미 생산 전략을 동시에 재점검하게 만든 변수였다. 북미 현지 생산과 공급망 재편,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으로 상징되는 기술 패러다임 변화가 겹치면서, 그룹은 중장기 R&D 포트폴리오와 투자 우선순위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AVP와 R&D본부 수장 교체가 단순한 인물 변화가 아니라,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하나의 축으로 통합해 글로벌 규제와 관세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조직 개편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 체계를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술 리더십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요구받는 만큼, 기술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사의 중용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투자 전략 축에서도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을 지낸 그룹 내 대표 재무 전문가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270만 톤 규모 전기로 제철소 투자 프로젝트를 이끌며 대규모 자본 집행을 조율한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서 사장이 현대차로 복귀해 기획조정실장 등 그룹 재무·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다시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미국 관세 충격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투자 구조를 재정렬하고, 탄소중립 규제와 전동화 전환 비용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현대제철에서는 서 사장의 후임으로 이보룡 현대제철 생산본부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져, 철강 생산 효율성과 친환경 공정 혁신을 동시에 강화하는 체계로의 이동이 예고된 모습이다. 한편 그룹 차원에서는 이동석 현대차 국내 생산 담당 사장과 김견 HMG경영연구원장의 교체가 예상되며, 부사장급 이상 임원 다수가 자리 이동 또는 교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신규 임원 정원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관측돼, 조직 슬림화와 의사결정 속도 제고를 병행하는 구조 조정 성격의 인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충격을 언급하며 현대차그룹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인사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구개발과 재무·투자 컨트롤타워의 동시 개편이 전동화·소프트웨어·친환경 소재를 잇는 전 가치사슬을 재정비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그룹이 18일 발표할 인사 결과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를 아우르는 중장기 전략뿐 아니라, 미국·유럽·인도·동남아 등 주요 시장에서 공급망과 생산 거점을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읽는 척도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