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값 단기 관망장세 지속…FOMC 앞두고 연준 경계감에 국내 시세 0.3% 하락

정재원 기자
입력

국제 금시세가 12월 9일 소폭 상승했음에도 같은 날 국내 금시세는 0.3퍼센트 하락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를 불과 며칠 앞두고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짙어지면서, 금값은 단기적으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환율과 중앙은행 매수 동향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며 금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향후 FOMC 결과가 달러와 금리, 금값의 재조정을 촉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12월 9일 기준 국내 금 1돈 시세는 75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일 종가 75만 2,625원과 비교하면 2,625원 떨어지며 하루 새 0.3퍼센트 약세를 기록했다. 국제 금값이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국내 시세가 오히려 조정을 받으면서, 대내외 거시 변수에 대한 경계 심리가 가격에 선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분석] 연준 FOMC 경계감 증폭, 환율 횡보 속 국내 금시세 소폭 하락 (금값시세)
[분석] 연준 FOMC 경계감 증폭, 환율 횡보 속 국내 금시세 소폭 하락 (금값시세)

국제 금시장은 온스당 4,200달러선 부근에서 뚜렷한 추세를 만들지 못한 채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수요일로 예정된 미국 FOMC 회의를 앞두고 매수와 매도가 모두 관망세로 기울면서, 최근 등락 폭이 제한된 채 4,200달러 인근에서 지지와 저항을 반복하는 양상이 재차 확인됐다. 개인소비지출 PCE 물가 둔화 속도가 최근 들어 정체되는 조짐을 보이자, 시장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속도를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연준의 스탠스를 둘러싼 혼조는 달러와 미국 국채금리 흐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PCE 둔화 진정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부각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화와 미 국채금리가 동반 반등했고, 통상 금리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금 가격 상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재가열과 경기 둔화 리스크가 공존하는 복합 국면 속에서, FOMC 성명과 점도표를 통해 연준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지 가늠하려는 모습이다.

 

다만 물리적 금 수요 측면에선 견조한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USA GOLD에 따르면 실물 귀금속 시장에서는 4,200달러선 근처에서 기반 다지기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으며, 이는 강한 축적 흐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장은 연준의 25bp 기준금리 인하를 유력 시나리오로 반영하고 있고, 내년에는 두 차례 추가 인하까지 가격에 일부 선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중국 인민은행이 13개월 연속 금 보유고를 늘리는 등 주요 중앙은행의 구조적 매수세가 이어지며, 장기적인 수급 측면에서 금값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금시세는 국제 시세와 다른 방향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횡보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일 대비 소폭 상승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0원 수준, 전일보다 0.7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금거래소는 달러에 대한 당국의 경계감과 결제 및 해외 투자 관련 환전 수요가 맞물리면서, 환율이 1,460원 중후반에서 1,470원 초반대를 오가는 범위 내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환율이 단기적으로 급등하지는 않았지만, 국제 금시세가 달러 강세 압력 속에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환헤지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원화 약세에 따른 국내 금값 지지력이 강화되기보다는, 국제 가격과 환율의 미묘한 괴리 속에서 원화 기준 금값이 오히려 소폭 조정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국제 금시세를 원화로 환산한 국내 기준가는 1돈당 74만 4,034원 수준으로 산출됐다.

 

시장 전반에선 FOMC를 기점으로 금 관련 자산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내년 인하 횟수 전망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제시할지, 또 물가와 고용, 금융안정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제시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금리가 당초 기대보다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되는 이른바 고금리 장기화 시그널이 나오면 금값에 단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연준이 디스인플레이션 진전을 근거로 완화적인 메시지를 강화할 경우, 달러 약세와 금리 하락 기대가 맞물리며 금 가격 상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지정학적 긴장과 글로벌 부채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과 기관투자가의 금 비중 확대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금값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시각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USA GOLD가 인용한 세계금협회 분석에 따르면 최근 중앙은행의 금 축적은 전통적인 금리 사이클보다는, 시스템적 채권시장 경색에 대비한 이른바 주권 유동성 전환 흐름에 기반해 이뤄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채와 통화에 대한 신뢰 훼손 시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 수요가 금 가격의 영구적인 상승 재설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의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FOMC 결과와 점도표 수정, 이후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와 물가지표에 따라 환율과 금값이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어, 매수와 매도 모두 분할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동시에 달러 원 환율과 국제 금시세의 괴리, 중앙은행 매수와 지정학 리스크 등 구조적 요인도 병행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연준 통화정책의 향방과 글로벌 경기 흐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동향이 당분간 금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내 금값 역시 환율과 국제 시세에 연동돼 점진적인 조정과 재평가 과정을 거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금값 움직임은 FOMC를 비롯한 주요 통화정책 이벤트와 글로벌 리스크 지표의 흐름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정재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연준#fomc#금값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