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온라인 여론까지 분석한다…연예인 리스크 관리에 부상
인공지능 기반 온라인 여론 분석 기술이 연예인 등 대중 인물의 리스크 관리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전과나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커뮤니티 게시글 한두 개가 여론을 크게 흔드는 상황에서, 감성 분석과 비정상 패턴 탐지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실 관계와는 별개로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술이 향후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위기 대응 프로세스를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연예인 과거 논란과 관련한 익명 커뮤니티 글이 잇따라 등장하고 삭제되는 흐름은 AI 기반 모니터링 기술의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현재 다수의 데이터 분석 기업과 엔터테인먼트사는 크롤링 기술을 통해 온라인 게시판과 사회관계망 서비스 데이터를 수집한 뒤, 자연어 처리 기반 감성 분석으로 긍정과 부정, 분노와 비난의 정도를 정량화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특정 인물에 대한 부정 언급량과 전파 속도가 일정 임계치를 넘으면 내부 경보를 올려 법무팀과 홍보 조직이 신속히 대응하도록 돕는 구조다.

특히 최근에는 키워드 빈도만 보는 수준을 넘어, 문장 내 역할과 맥락을 동시에 분석하는 심층 언어 모델이 활용되고 있다. 같은 ‘폭행’이라는 단어라도 ‘당했다’와 ‘했다’를 구분해 가해·피해 방향을 나누고, 증언·추측·인용 기사를 자동 분류해 실제 새로운 주장인지 단순 재확산인지까지 파악한다. 기존 단순 키워드 모니터링 대비 허위 정보나 과장된 루머를 골라낼 정밀도가 2배 이상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이러한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위기 관리 방식을 구조적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논란이 일정 수준 이상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소속사가 입장문을 검토하는 후행 대응이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AI 대시보드에서 특정 인물의 부정 키워드 클러스터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아직 기사화 전 단계에서도 사실 확인과 법적 검토에 착수한다. 피해 주장 글의 작성 시점과 삭제·수정 이력, 비슷한 패턴의 계정 활동 이력까지 정량 분석해 대응 수위를 조정하는 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기반 평판 관리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북미에서는 스포츠 스타와 배우,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평판 스코어링’ 서비스가 상용화돼, 광고주가 계약 전 리스크 지표를 확인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빅테크와 PR 기업이 협력해, 특정 이슈에 대한 여론 편향과 허위 정보 비중을 수치화해 제공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와 에이전시가 해외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며 따라가는 구도다.
다만 기술 활용을 둘러싼 윤리와 규제 이슈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작성자 식별이 가능한 정보까지 함께 저장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또, AI가 산출한 ‘위험 점수’가 과도한 계약 해지나 활동 제한으로 이어지면, 표현의 자유와 공정 거래 측면에서 새로운 논쟁이 촉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AI 법안에서 고위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도 글로벌 엔터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AI 기술의 한계 역시 분명하다. 감성 분석 모델은 언어의 뉘앙스와 풍자, 지역별 표현 차이를 완벽히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실제 피해자의 진술과 허위 폭로가 섞여 있을 때, AI는 양쪽 모두를 ‘부정 여론’으로 동일하게 계량할 뿐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는 못한다. 의견과 사실 관계를 구분하는 것은 결국 수사 기관, 법원,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리스크 관리는 여론을 무시하거나 덮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복잡한 정보 환경에서 피해자와 당사자 모두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한 데이터 윤리 연구자는 기술이 논란의 전개 양상과 온라인 폭력 정도를 객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최종 판단은 법적 절차와 사회적 기준에 맡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계는 결국 이러한 기술을 얼마나 투명하게 쓰고, 법·제도와의 균형을 맞추느냐에 따라 새로운 신뢰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