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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서 나온 발암물질 카드뮴”…접시 회수, 생활화학 규제 속도붙나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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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성이 확인된 중금속 카드뮴이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사은품 접시에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해 검출되면서 생활용 식품용기 안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회수 명령과 동시에 수입 단계 허위 신고 정황까지 적발하면서, 식기와 조리도구 등 생활 밀착형 제품에 대한 화학물질 관리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식품뿐 아니라 식품과 접촉하는 모든 기구에 대한 규제 강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카드뮴을 인체발암확인물질, 이른바 그룹1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카드뮴은 한 번 체내에 들어오면 잘 배설되지 않아 나이가 들수록 체내 축적량이 늘어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성별, 연령, 영양 상태, 노출 경로와 농도에 따라 독성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장기 노출 시 신장 손상과 골밀도 감소, 순환기계 질환, 빈혈 등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 유해물질 간편정보지와 유해물질 총서에 따르면 경구로 섭취된 카드뮴은 소장에서 흡수된 뒤 간과 신장 등 여러 장기로 이동해 축적된다. 특히 신장에 가장 많이 쌓여, 사구체와 세뇨관 기능을 떨어뜨리고 단백뇨, 만성신부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뼈 속 미네랄을 빼앗아 골다공증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고, 심혈관계 질환과 고혈압 발병률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독성학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다.  

 

식약처는 이런 독성을 고려해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한약재뿐 아니라 기구, 용기 포장, 위생용품에까지 카드뮴 기준과 인체 노출 안전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식품 그 자체뿐 아니라 식품과 접촉하는 모든 소재에서 카드뮴이 일정 수준 이상 용출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 역시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실시된 정밀 검사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문제의 제품은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가 겨울 시즌 메뉴인 랍스터 샌드위치 컬렉션 구매 고객에게 증정한 사은품 접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접시에 프린팅된 그림이 음식을 올려놓거나 설거지하는 과정에서 쉽게 벗겨진다는 제보가 이어지자, 경인지방식약청이 해당 접시를 회수해 검사에 착수했다. 검출 시험 결과 접시 표면에서 카드뮴이 5.3 마이크로그램 매 제곱센티미터, 4.6 마이크로그램 매 제곱센티미터, 4.2 마이크로그램 매 제곱센티미터 수준으로 각각 검출됐다. 법적 기준치 0.7 마이크로그램 매 제곱센티미터 이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해당 제품의 정식 명칭은 수입업체 에스알지가 들여온 식탁용유리제품, 오팔 글라스웨어다. 식약처는 에스알지가 수입 신고 과정에서 정밀검사를 피하기 위해 과거 수입 이력이 있는 타사 제품 사진을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입식품과 기구에 대한 표준 검증 체계를 우회하려 한 것으로, 식약처는 행정처분과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식탁용 유리 제품에 카드뮴이 검출되는 경로는 대개 유약이나 프린팅 잉크에 포함된 무기 안료다. 고온 소성 과정에서 안정화되도록 설계하지만, 제조 공정이 부정확하거나 사후 용출 검사가 느슨하면 산성 음식, 세제, 뜨거운 물 등에 노출될 때 미량의 카드뮴이 표면으로 녹아 나올 수 있다. 특히 프린트가 쉽게 벗겨지는 제품은 코팅층이 충분히 경화되지 않았거나 소재 선택이 부적절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접시에서도 실제로 그림 부위에서 유출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크다.  

 

생활용 식품용기는 의료기기나 제약 제품과 달리 규제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인체에 직접 투여되는 물질은 아니지만, 음식과 접촉해 간접적으로 인체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노출 경로가 된다. 국내에서는 식품과 기구 등 식품용 자재에 대한 통합 식품안전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나, 수입 물량 증가와 제품 다변화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문제는 반복돼 왔다. 유럽연합은 세라믹 식기의 납과 카드뮴 용출량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통관 단계에서 무작위 샘플 검사를 강화해 왔다. 미국과 캐나다 역시 어린이용 식기와 장난감에서 검출되는 카드뮴과 납을 집중 관리 대상에 올리고 리콜 제도를 적극 가동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식품과 접촉하는 소재 관리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국내 관리 수준도 이에 맞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입 신고 절차의 위변조 방지, 사은품과 프로모션 제품에 대한 표본 검사 확대, 온라인 유통 채널 점검 등 관리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금속뿐 아니라 환경호르몬, 미세플라스틱, 나노 소재까지 포함한 생활화학물질 통합 관리 체계 개편 요구도 커질 수 있다.  

 

한편 써브웨이는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문제의 접시를 사은품으로 받은 고객에게 샌드위치 8000원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의 선제적 품질 관리 책임과, 수입업체의 법적 의무를 어떻게 재정립할지에 따라 향후 유사 사례 재발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활밀착형 제품에 대한 화학 안전 기준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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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카드뮴#써브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