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입체음향으로 K팝 무대 진화…카카오엔터·소니, MMA서 첫 공개
입체 음향 기술이 K팝 공연과 온라인 스트리밍 경험을 바꾸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소니와 손잡고 360도 공간 음향을 국내 대형 음악 시상식 무대에 처음 적용하면서, 공연·스트리밍·팬 플랫폼을 아우르는 몰입형 뮤직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업계는 이번 시도가 글로벌 K팝 IP의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엔터테인먼트 IT 인프라 구축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7일 소니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소니의 입체 음향 체험 기술인 360 리얼리티 오디오를 활용한 사업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첫 공동 프로젝트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5 멜론뮤직어워드 무대 일부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 K팝 팬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360 리얼리티 오디오는 보컬, 악기, 효과음 등 개별 사운드를 360도 공간에 배치해 소리의 거리와 방향을 세밀하게 구현하는 소니의 입체 음향 기술이다. 기존 스테레오 음원이 좌우 두 개 채널을 중심으로 평면적으로 소리를 배치했던 것과 달리, 3차원 좌표 상에 사운드를 배치해 청취자 주변을 둘러싸는 듯한 음향 무대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리스너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연주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느끼는 공간감과 현장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공연장 현장과 온라인 스트리밍 환경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 특징이다. 공연장에서는 다채널 스피커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에서는 헤드폰·이어폰 기반의 가상 입체 음향 렌더링을 통해 구현하는 방식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보컬과 악기를 개별 트랙으로 분리해 공간 배치를 설계해야 해, 음원 제작 워크플로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멀티트랙 기반 공간 믹싱이 음악 크리에이터의 표현 영역을 넓힌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소니는 2025 멜론뮤직어워드를 시작으로 뮤직 비즈니스 전반에서 360 리얼리티 오디오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모델을 논의할 계획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음악 IP 포트폴리오와 음원·음반 유통,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글로벌 K컬처 팬 플랫폼 베리즈를 보유하고 있어, 스튜디오 제작 단계부터 글로벌 유통까지 일관된 입체 음향 생태계를 설계할 수 있는 구조다.
소니는 자사 입체 음향 기술이 K팝 팬덤과 결합할 경우, 글로벌 이용자 확대와 디바이스 생태계 확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 헤드폰, 이어폰, 사운드바 등 하드웨어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360 리얼리티 오디오 호환 콘텐츠를 늘려온 만큼, K팝 대형 IP와의 결합은 콘텐츠 소비를 견인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소니는 전 세계 K팝 팬들이 해당 기술을 통해 더욱 입체적이고 몰입감 높은 음악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입체 음향과 공간 음향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 가속화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돌비 애트모스와 자사 공간 음향 포맷을 앞세워 차별화된 구독 상품을 내놓는 가운데, 일본계 기술인 360 리얼리티 오디오가 K팝 IP와 결합해 아시아·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구도다. 국내에서는 대형 K팝 시상식에 360 리얼리티 오디오를 공식 적용해 세계 동시 생중계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첫 사례에 가깝다.
다만 입체 음향 콘텐츠의 본격 확산을 위해서는 제작 환경 표준화와 스트리밍 인프라 고도화가 과제로 꼽힌다. 스튜디오에서의 멀티채널 녹음·믹싱 장비, 엔지니어 교육, 플랫폼별 인코딩 포맷 통합 등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대역폭과 디바이스 호환성도 서비스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로, 통신·단말·플랫폼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협업을 통해 글로벌 팬 플랫폼 베리즈와 멜론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차세대 감상 모드, 공연 실황 입체 음원 출시, 아티스트별 공간 음향 전용 콘텐츠 등 다양한 비즈니스 시나리오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2025 멜론뮤직어워드를 시작으로 소니의 입체 음향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협업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K팝이 단순 음원과 영상에서 나아가 입체 음향, 실감형 공연, 가상현실까지 아우르는 종합 IT 서비스로 확장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소니의 입체 음향 협력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K팝 기반 몰입형 음악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