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앱은 여전히 메신저였다…카카오톡·유튜브 쌍끌이
모바일 플랫폼이 생활 인프라로 완전히 자리잡은 가운데 한국인의 하루를 지배하는 앱은 메신저와 동영상 서비스로 재편되고 있다. 앱과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간 분석 결과에서 카카오톡은 가장 많은 사용자가 가장 자주 여는 국민 메신저로,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유통과 금융, 지도, 배달 등 일상의 이동 경로마다 다른 앱이 포진하면서, 스마트폰 첫 화면을 둘러싼 플랫폼 경쟁이 생활 데이터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모바일 생태계 재편과 광고·커머스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은 1월부터 11월까지 안드로이드와 iOS를 사용하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앱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연간 이용 현황을 공개했다. 두 운영체제에서 모두 서비스되는 앱만 집계해 플랫폼별 편차를 줄였다. 월평균 이용자 수에서는 카카오톡이 약 4823만 명으로 1위를 기록했고 유튜브가 4678만 명으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이었다. 이어 구글, 네이버, 구글 크롬 순으로 검색과 브라우저 성격의 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쿠팡과 네이버지도, 인스타그램, 토스, 배달의민족 등이 뒤를 잇는 구도는 커머스와 금융, 내비게이션, 배달이 대표적인 일상형 서비스로 굳어진 구조를 보여준다.

이용자 수와 별개로 체류 시간에서는 영상 플랫폼의 우위가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인의 유튜브 월평균 이용 시간은 약 1140억 분으로 집계됐다. 뒤를 잇는 카카오톡의 324억 분과 비교해도 3배가 넘는 격차다.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구글 크롬 등이 뒤를 잇는 가운데 틱톡과 넷플릭스 등 동영상 중심 서비스 역시 긴 이용 시간을 기록해 시청 기반 플랫폼의 장기 체류 구조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짧은 동영상과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머무는 시간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앱 실행 횟수 기준으로 보면 카카오톡의 영향력은 더 뚜렷하다. 카카오톡은 월평균 약 761억 회 실행돼 가장 자주 열리는 앱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스마트폰 잠금 해제 직후 가장 먼저 눌리는 앱이라는 의미다. 인스타그램은 159억 회로 2위를 기록해 실행 횟수에서는 유튜브를 제쳤고, 네이버와 캐시워크, 구글 크롬, 토스 등이 뒤를 이었다. 메시지 확인과 피드 체크, 간편 송금 등 짧고 반복적인 이용 패턴이 실행 횟수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특히 이번 데이터는 이용자 수, 체류 시간, 실행 횟수가 서로 다른 앱에 분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 전략의 변화를 시사한다. 커머스와 금융, 배달 앱은 카카오톡이나 유튜브처럼 압도적인 체류 시간을 확보하기는 어렵지만, 결제나 주문, 이체처럼 고부가가치 행위를 붙잡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설계하고 있다. 반면 동영상 플랫폼은 광고 시청과 구독료 기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체류 시간과 몰입도를 늘리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과 토종 생활 플랫폼 간 경쟁 구도도 선명해졌다. 이용자 수와 체류 시간 상위 앱 다수가 유튜브, 구글, 인스타그램, 틱톡, 넷플릭스 등 해외 서비스인 가운데, 카카오톡과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토스 등은 국내 생활 밀착 서비스 영역을 방어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동영상과 커머스, 결제를 묶는 슈퍼 앱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라, 국내에서도 메신저와 커머스, 금융, 콘텐츠를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전략이 가속할 가능성도 있다.
규제와 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이슈도 당분간 산업 전반의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이용자 수와 체류 시간에서 상위권을 형성한 앱일수록 방대한 행동 데이터와 결제 정보를 보유하게 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맞춤형 광고 규제, 알고리즘 투명성 논쟁에 더 깊이 관여할 수밖에 없다. 특히 광고와 추천 알고리즘이 체류 시간과 매출을 동시에 좌우하는 구조에서, 국내외 규제 환경 변화가 수익 모델 자체를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메신저와 동영상 플랫폼이 생활 시간을 장악하는 구조 속에서, 나머지 앱들이 얼마나 많은 핵심 행위를 자신들의 서비스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 위에서 시간과 돈, 데이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따라 산업 지형이 바뀌는 만큼, 산업계는 이번 앱 이용 현황이 향후 비즈니스 모델 개편의 출발점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