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XRP 내년 4배 급등 가능”…스탠다드차타드, ETF·규제 해소 기대 속 현실성 논란

최영민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2025년 12월 30일, 글로벌 금융기관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가 가상자산 리플 XRP의 중기 가격 전망을 대폭 상향 조정하며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공개된 해당 분석은 미국(USA)에서의 규제 리스크 완화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기관 자금 유입을 전제로 2026년까지 XRP가 8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거대한 시가총액 증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전망의 현실성을 둘러싼 공방이 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경제 전문 매체 24/7 월스트리트는 스탠다드차타드 가상자산 연구팀의 보고서를 인용해 “제프리 켄드릭이 이끄는 연구진이 XRP 가격이 2026년까지 8달러(약 1만 1520원)에 도달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현지시각 30일 기준 XRP 가격이 약 1.88달러(약 27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325%의 상승 여지가 있다는 계산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2026년 한 해 동안 최대 80억 달러(약 11조 5200억 원)에 달하는 ETF 기반 자금이 XRP에 순유입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이 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규제 해소와 ETF 자금 유입을 근거로 리플 XRP의 내년도 급등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사진=톱스타뉴스)
스탠다드차타드는 규제 해소와 ETF 자금 유입을 근거로 리플 XRP의 내년도 급등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사진=톱스타뉴스)

스탠다드차타드의 낙관론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 종결이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깔려 있다. 리플은 2025년 8월 SEC가 항소를 취하하고 1억 2500만 달러(약 1800억 원)의 합의금을 확정하면서 수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시장에서는 이 합의를 기점으로 XRP가 미국 내에서 증권성이 아닌 가상자산으로 사실상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여기에 리플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RLUSD’의 시가총액이 13억 달러(약 1조 8700억 원) 규모로 확대되며 XRPL(리플 레저) 기반 결제·송금 생태계의 활용도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 투자자의 접근성이 개선된 점도 스탠다드차타드가 주목한 부분이다. 프랭클린 템플턴, 그레이스케일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XRP 현물 ETF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전통 금융권 자본이 규제된 채널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는 흐름이다. 연구팀은 비트코인과 달리 XRP는 공급량이 고정돼 신규 채굴이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ETF 중심 수요 증가가 곧바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한된 유통 물량과 연간 수십억 달러대 자금 유입이 맞물릴 경우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해 장기적으로 12.50달러까지 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스탠다드차타드의 전망을 둘러싸고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데이터 정합성 측면에서 이미 예측 실패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앞서 제시한 로드맵에서 2025년 말 XRP 목표가를 5.50달러로 제시했지만, 12월 30일 기준 실제 가격은 1.88달러에 그치고 있다. 1차 예측이 크게 빗나간 상황에서 2026년 8달러 전망에 대한 신뢰도도 자연스럽게 도마 위에 오른다. 또한 8달러 도달을 위해서는 XRP 시가총액이 약 4560억 달러(약 656조 원) 규모로 확대돼야 하는데, 이는 현재 수준보다 3490억 달러(약 502조 원)가 추가로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제시한 ETF 최대 유입액 80억 달러만으로는 이 같은 시총 확대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 구조상 ‘뉴스에 매도’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거론된다. 과거 리플의 소송 호재, 파트너십 발표, 신규 상품 출시 등 재료가 공개될 때마다 단기 급등 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는 패턴이 여러 차례 관측됐다. 뉴욕과 런던 등 주요 금융 허브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ETF 승인이나 규제 해소와 같은 재료는 대부분 가격에 선반영된 뒤, 공식 발표 시점에 차익 실현을 촉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스탠다드차타드의 시나리오는 이상적인 조건을 나열한 상단 가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향후 가격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는 초대형 자산운용사의 참여 여부가 꼽힌다. 시장에서는 블랙록(BlackRock)이 XRP 현물 ETF를 출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과 매입에 나설 경우, 연간 50억 달러 이상의 안정적인 순유입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글로벌 거시 환경이 위험자산 선호 상태를 유지해 주식과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화될 경우, XRP에도 구조적인 상승 추세가 형성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반대로 미국과 유럽의 금리 인상 재개,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질 경우 스탠다드차타드의 장밋빛 전망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제 여론도 엇갈리고 있다. 미국(USA) 월가 일각에서는 “전통 금융권이 주도하는 ETF 시장에서 가상자산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유럽(Europe) 일부 규제 당국과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과도한 가격 변동성이 금융안정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탠다드차타드와 같은 대형 은행의 공격적인 가격 전망이 가상자산 시장의 단기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XRP의 펀더멘털과 실제 온체인 데이터에 기반한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결제·송금 네트워크에서의 실사용 증가, RLUSD를 포함한 XRPL 생태계의 거래량 확대, 주요 금융기관과의 제휴 확대 등 실질적 지표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ETF 자금 유입만으로는 고평가 구간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제사회는 스탠다드차타드가 제시한 8달러 시나리오가 현실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하나의 과도한 낙관론으로 남을지 주시하고 있다.

최영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리플xrp#스탠다드차타드#블랙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