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예술로 대화하는 과학”…한독의약박물관, 신진작가 협력전 → IT·바이오-문화 융합 조명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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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제석재단 산하 한독의약박물관이 청주시립미술관과 손잡고 신진 예술가 창작 지원과 생명과학적 사고의 사회적 확산에 나섰다. 2024년 2월 2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충북 음성 한독의약박물관 생명갤러리와 서울 한독의약박물관 공간 두 곳에서 동시 개최되며, '어제의 조각은 내일의 회화'라는 주제로 예술과 과학의 경계, 시간의 흐름 속 예술 창조 과정을 집중 조명한다. 업계는 이번 협업 전시를 이공계 기반 공익기관의 문화예술 후원이 확대되는 흐름의 분기점으로 본다.

 

한독의약박물관과 청주시립미술관은 2023년 3월, 예술창작생태계 발전과 지역문화 진흥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맺고,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가운데 회화·조각 등 다양한 매체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전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올해는 서연진, 오승언, 이은우, 유수진 등 4인 선정 작가 중 하반기 전시로 이은우, 유수진 작가의 시리즈 신작을 선보인다.

특히 IT·바이오 산업과의 접점을 반영하는 기획이 눈길을 끈다. 음성 생명갤러리에서 공개되는 이은우 작가 'Fraktal' 시리즈는 세포 구조 등 미시 생명현상에서 착안한 패턴 탐구가 핵심이다. 작품 표면의 문양은 분자·세포·시간 변화 등 생체 원리와 연속성을 시각 언어로 해석한다. 실험실 소재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수지를 활용한 'Flux' 연작은 재료 과학적 특성과 예술적 상상력이 연결된 상호작용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인위적 개입과 물성 본연의 강도, 반응성이 예술 창작의 또 다른 매개가 된다.

 

한독의약박물관 서울 공간에서는 유수진 작가가 천 조각(스와치)을 바느질로 연결해 3m 높이 타워형 구조물로 제작한 '2016. 03.~2025. 09.' 등 신작을 전시한다. 이 작업은 의료용 실, 섬유 재료 등 바이오 소재적 상상력이 입혀진 설치 미술의 형태로 주목된다.

 

시장 측면에서는 제약, 의료, 생명과학 산업 분야 공익법인이 문화예술 지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술관과 바이오 기업 간 협업 전시는 예술계와 과학계의 융합 지식 교류 공간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관람객 체험형 프로그램 확대와 신진작가 생애 첫 전시장 경험 등, 수요자 중심의 실효성 또한 현장 평가에서 강조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제약사는 이미 아트 인 레지던시, 바이오아트 및 신진작가 후원 등 다양한 문화협업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 스위스 노바티스 등은 기업 캠퍼스 내 과학-예술 융합 전시회를 정례화하면서 연구 인력과 예술인의 독창적 대화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에 따라 공공미술 및 아트 테크 기술 연계 프로젝트가 증가 추세다.

 

전시 프로그램은 과거 의약역사 전시 위주에서 생명윤리, 미래 기술, 예술 창작의 다각적 맥락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독의약박물관은 두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12월 6일)를 비롯, 겨울방학 중 예술교육 워크숍 개설로 실무 중심의 창의교육 실험에도 나선다. 전문가들은 “지식융합형 전시가 의약, 바이오, IT와 예술 현장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산업계는 이 같은 공익기관의 융합 전시가 문화예술의 사회적 파급력은 물론, 첨단 바이오 기술과 예술의 만남을 매개하는 창의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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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의약박물관#청주시립미술관#이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