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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주권과 SNS 규제 조율 김종철 공정 질서 앞세운 취임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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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통신을 둘러싼 규제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방송과 온라인 플랫폼, 통신을 포괄하는 새로운 규제 컨트롤타워가 첫발을 뗐다.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과 동영상 플랫폼,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정보 생태계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공정 경쟁과 표현의 자유, 이용자 보호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는 첫 위원장의 방향 설정이 향후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청소년 보호 정책, 데이터 활용 규범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철 초대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19일 정부과천청사 첫 출근길에서 공정한 미디어 질서 확립을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그는 스스로를 미디어 주권을 실현하는 공정한 질서 조성자라고 규정하며, 기술 발전과 시장 확대 속에서 국민의 매체 선택권과 정보 접근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새 위원회는 방송과 통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소셜미디어를 아우르는 통합 규제 기관으로 설계돼, 기존 방송 중심 규제와 인터넷 중심 규제 간 단절을 줄이는 역할을 맡게 된다.

김 위원장은 산적한 규제 현안과 관련해 두렵다는 표현을 쓰며, 무엇보다 그동안 미뤄져 온 각종 법령 개정 사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제들은 OTT와 소셜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가짜뉴스 확산, AI 추천 알고리즘의 편향성, 통신 인프라 이용 대가를 둘러싼 망 이용료 논쟁 등은 새로운 규제 프레임을 요구하는 현안으로 꼽힌다.

 

청소년 사회관계망서비스 규제와 관련해서는 기본권과 보호의 균형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청소년을 보호 대상인 동시에 기본권 향유자로 규정하며,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온라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과도한 접속 제한이나 연령 일괄 차단보다, 플랫폼 내 유해 콘텐츠 노출 관리, 알고리즘 기반 맞춤형 보호 기능, 신원 인증과 부모 통지 시스템 등 기술과 규범을 결합한 다층적 보호 장치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청소년 SNS 사용 규제는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수집 관행, 타깃 광고, 단문 영상 플랫폼을 통한 중독성 있는 콘텐츠 소비 구조와 직결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소셜미디어 기업의 아동 이용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법제화가 진행 중이며, 야간 사용 제한, 맞춤형 광고 금지, 연령 검증 강화 등 다양한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을 참고하되, 국내 이용 행태와 산업 구조에 맞춘 세부 규칙을 설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을 찾아 순국선열에게 각오를 다졌다고 밝혀, 새 위원회의 역할을 단순한 기술 규제가 아닌 민주주의 인프라 관리로 보겠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알고리즘과 플랫폼 구조 자체가 여론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제 기관의 정책 방향이 정치적 균형성과 산업 혁신, 표현의 자유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공정 질서 조성자라는 표현은 콘텐츠 심의 수준을 넘어, 데이터 접근과 플랫폼 투명성, 이용자 권리 보장까지 포함한 포괄적 디지털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선언에 가깝다.

 

새 위원회는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기점으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류신환 비상임위원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왔으며, 주요 정책 결정은 사실상 유보된 상태였다. 그 사이 인공지능 생성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 대형 플랫폼의 뉴스 노출 알고리즘 공개 요구, 통신망 투자 부담과 빅테크 트래픽 비용 논쟁 등 IT·미디어 산업 전반에서 규제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누적됐다. 구성이 완료된 위원회는 이 같은 쟁점들을 통합적으로 검토하며, 방송과 통신, 인터넷 플랫폼을 아우르는 일관된 규제 원칙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국제 규범과의 조화도 신경 써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과 디지털시장법, 각국의 아동 온라인 보호 법제는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의 서비스 구조를 직접 바꾸고 있어, 국내 규제 방향과 충돌할 경우 사업 환경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내 제도가 글로벌 기준과 발맞출 경우, 국산 플랫폼과 콘텐츠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신뢰 기반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초대 위원장의 첫 메시지가 공정과 균형을 강조한 만큼, 속도보다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규제 전략이 전개될 가능성을 점친다. 동시에 가짜뉴스, 온라인 혐오 표현, 플랫폼 독점과 같은 디지털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경우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계는 새 위원회가 기술 혁신과 이용자 보호, 공정 경쟁을 균형 있게 설계하며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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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청소년sns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