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검사 0.8%만 중수청 근무 의향"…대검 설문, 수사·기소 분리 앞두고 인력 공백 우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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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를 둘러싼 갈등이 검찰 내부 여론에서도 드러났다. 내년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검찰 구성원 다수가 공소청 근무를 희망하면서, 새 수사기관의 인력 공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일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편 태스크포스는 지난달 5일부터 13일까지 전체 검찰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2026년 10월 2일부터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이, 기소 기능은 공소청이 담당하는 체계 전환을 앞둔 시점이다.

설문에 응한 검사 910명 가운데 77퍼센트인 701명이 공소청 근무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중수청 근무 희망 검사는 0.8퍼센트인 7명에 그쳤고, 18.2퍼센트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숫자로만 보면 중수청이 주요 수사를 맡게 되는데도 검사들의 선호는 공소청에 몰린 셈이다.

 

검사 외 직렬을 포함한 전체 검찰 구성원 5737명 가운데서도 공소청 근무 희망자는 59.2퍼센트인 3396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수청 근무 희망자는 6.1퍼센트인 352명, 미정은 29.2퍼센트인 1678명으로 나타났다. 중수청 출범까지 열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인력 구성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검사들이 공소청 근무를 택한 이유로는 공소 제기 등 권한과 역할 유지가 67.4퍼센트로 가장 많이 꼽혔다. 검사 직위와 직급 유지가 63.5퍼센트, 현재 근무지와 업무의 연속성 유지가 49.6퍼센트를 차지했다. 중수청 이동 시 수사 업무 부담을 이유로 든 응답은 4.4퍼센트였다.

 

중수청 근무를 희망한 검사들이 내세운 이유는 수사 업무 선호 0.7퍼센트, 전문적인 수사 분야 경험 기대 0.5퍼센트, 급여와 처우, 경향 교류 인사원칙 등 개선 기대 0.2퍼센트였다. 중수청 희망 검사가 7명에 그친 만큼 개별 응답 비율도 매우 낮게 집계됐다.

 

검사 외 직렬에서는 중대범죄 수사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중수청 근무 희망 이유로 5.3퍼센트가 선택했다. 단일화된 조직에서 승진 등 기회 확대를 기대한다는 응답도 3.3퍼센트로 나타났다. 특히 마약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마약수사직 153명 가운데서는 중수청 근무를 희망한 비율이 37.9퍼센트인 58명으로, 공소청 근무 희망자 26.1퍼센트인 40명보다 높았다.

 

검찰 구성원 상당수는 수사·기소 분리 체계에서도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89.2퍼센트가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이 필요하다고 했고,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권한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85.6퍼센트에 달했다.

 

검사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본 이유로는 사법경찰의 수사 미비와 부실을 보완해야 한다는 응답이 81.1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공소 제기 및 유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답변이 67퍼센트, 사법경찰의 인권침해나 위법 수사를 시정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55.6퍼센트를 기록했다.

 

반면 보완수사가 불필요하다고 본 응답자들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제도 개편 취지에 반한다는 점을 4.4퍼센트가 지적했다. 경찰 수사 책임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응답도 4.1퍼센트로 나타났다. 보완수사 자체를 제도 취지와 상충하는 요소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보완수사 대상을 특정 사건으로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79.5퍼센트로 높았지만, 보완수사 범위를 일정 부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63.2퍼센트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보완수사 범위를 송치 사건의 혐의 유무 판단과 송치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34.9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송치 사건의 혐의 유무 판단을 위한 보완수사에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16.8퍼센트였다.

 

검사의 수사개시권 필요성에 대해서도 절반을 넘는 65.7퍼센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수사개시가 필요하다고 본 분야를 복수로 응답하게 한 결과, 수사기관 공무원들의 직무 관련 범죄가 73.4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무고와 위증 등 사법질서를 저해하는 범죄가 71.3퍼센트,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기관 고발 사건이 53.1퍼센트로 뒤를 이었다.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87.7퍼센트가 필요하다고 답해, 검찰 내부에서 수사지휘와 보완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기소 분리 이후에도 검찰이 일정 부분 수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도 설계 논쟁의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체 검찰 구성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5일부터 13일까지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44.45퍼센트였다.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출범까지 제도 시행까지의 시간이 제한된 만큼, 국회와 정부는 검찰 구성원들의 우려와 요구를 반영한 인력 배치와 권한 조정을 놓고 추가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은 수사·기소 분리 후속 입법과 조직 설계를 둘러싸고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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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