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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팩트시트 후속협의 가동”…외교부·통일부, 대북정책 놓고 평행 행보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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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조율을 둘러싼 부처 간 긴장 속에서 외교부와 통일부가 같은 날 각기 다른 무대를 선택했다. 한미 외교당국은 서울에서 정례 협의를 시작했고, 통일부는 주한 외교단을 상대로 별도 설명회를 마련하며 존재감을 부각했다.

 

외교부는 12월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미국 측과 대북정책 정례 협의를 개최했다. 회의 명칭은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협의로 정해졌다. 조인트 팩트시트 문구에 따라 한미 정상이 합의한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협의를 구체화한 자리라는 설명이다.

이번 협의는 과거 남북관계 흐름을 제약했다는 비판을 받은 한미 워킹그룹의 방식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반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대북정책 논의가 포함되는 것일 뿐, 남북관계를 세밀히 조정하는 틀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회의에는 한국 측 수석대표로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미국 측 수석대표로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백용진 한반도정책국장도 배석했고, 미국 측에서는 단 신트론 국무부 한·일·몽골 차관보와 마리아 샌드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대표 등 국무부 본부 인사가 합류했다.

 

또한 한국 국방부와 미국 국방부 인원도 회의에 참여해 군사·안보 분야까지 아우르는 대북정책 전반을 다룰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는 외교·안보 라인이 함께 참여하는 만큼 대북 억제력, 위협 평가, 인도적 문제 등 폭넓은 의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한미 정례 협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필요시 미국과 직접 대북정책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오후에는 주한 외교단과 국제기구 관계자를 초청해 별도의 대북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외교부가 주도하는 한미 협의와는 별개로 독자 채널을 가동하며 부처 간 역할 구분을 강조한 셈이다.

 

설명회에서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 방향을 소개하고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사전에 밝힌 바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미국 측에서는 주한 미국대사관의 실무급 인사가 참석했으며, 중국 측은 불참했다는 설명이 나왔다.

 

통일부는 이번 행사가 외교부 회의에 대응한 성격이 아니라, 과거에도 연말·연초에 주기적으로 주한 외교단과 국제기구 관계자를 불러 정책을 설명해 온 관행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통일 라인이 서로 다른 채널을 통해 대북정책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이 겹치면서, 향후 정부 내 역할 조정이 정치권 논쟁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치권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미 간 대북 공조와 남북관계 주도권 사이의 균형이 향후 정국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외교부와 통일부 간 협업 구조를 조정하면서, 한미 정례 협의와 다자 설명회를 병행해 대북정책 일관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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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통일부#한미대북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