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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 패권전선 격화”…미국·중국, 전략·기술 총력전 → 산업·안보 지형 대격변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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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전 세계 산업, 정책, 안보를 관통하는 패러다임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 등 반도체와 인공지능 개발에서 명백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중국도 딥시크의 차세대 AI 모델 성공을 계기로 정부 주도 투자와 규제 완화, 자체 칩·클라우드 확대를 동원해 추격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업계는 이번 미·중 경쟁이 “AI 냉전”국면을 넘어 사실상 국가적 사활이 걸린 기술 패권 경쟁의 분수령으로 평가한다.

 

양국의 AI 경쟁 구도는 2023년 미국의 첨단 AI 칩 수출 제한을 계기로 가속화됐다. 중국은 AI 핵심 인프라와 모델 기술에서 뒤처지는 위기감 속에, 데이터센터 구축과 국가 단위 클라우드(공유 연산망) 추진, 스타트업·대기업·지방정부 공동 투자에 나섰다. 특히 비국영 스타트업 딥시크가 오픈AI 수준의 생성형AI를 개발, 비용 절감과 기술 독자화에 성공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딥시크 사례는 중국 AI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탄이 됐다. 정부는 2030년 세계 AI 1위 목표와 함께, 2027년까지 중국 경제 활동 70%, 2030년엔 90%에 AI 도입을 내걸고 기술 정책을 대폭 손질했다. 한편 미국은 AI 행동계획(AI Action Plan) 발표, 자금·연산자원 집중 등 선제 전략으로 주도권 수성을 노린다. 이미 2024년 상반기 미 AI 투자액은 1040억 달러를 넘겼다.

 

기술적으로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칩 제조(EUV, HBM, AI 특화 GPU 등), 고도화된 AI 언어모델(GPT-4·Gemini·Claude 등)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인다. 반면 중국은 풍부한 AI 엔지니어 인력, 저비용 시스템, 전력망 중심 연산 인프라(내몽골 대형 컴퓨팅 클러스터)를 내세워 “국가 클라우드” 전략을 본격화한다. 화웨이·바이트댄스 등은 국산 칩 활용·연합 연산 체계로 미국 수출 통제 대응에 몰두하고 있다.

 

글로벌 AI 산업 생태계는 미국·중국 양강 구도로 양분되면서, R&D 핵심 기술, 칩 공급망, 데이터 활용 정책 전반이 국가 중심 재편 국면에 진입했다. 유럽(EU AI Act), 일본·한국 등도 AI 거버넌스와 기술주권 확보를 위해 규제·육성 정책에 적극 나서는 등, “글로벌 AI 질서 재편”이 본격화된 분위기다.

 

양국 경쟁이 격화될수록 해킹·사이버스파이 위협, 생성형AI 오남용·윤리 이슈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권위주의 AI’ 부상을, 중국은 반대로 ‘기술 봉쇄·패권화’ 위협을 우려한다. 데이터 검열·AI 트러스트(투명성) 논의, 칩 공급망 보안, 국제 협력 이니셔티브 등이 잇따라 등장하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AI가 군사·공공·제조·금융 전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과 안전보장의 본질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리콘밸리 AI 관계자는 “미·중 격차는 수년이 아닌 수개월 단위로 좁혀지고 있다”며 “결국 미래 산업의 판도가 기술·데이터 주권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 패권 경쟁이 실제 시장과 안보, 사회 구조에 어떠한 전환을 불러올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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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딥시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