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부모의 과잉개입”…IT기업 신입관리까지 흔든다
신입 직원 업무 지도 과정에 부모가 개입하는 이른바 부모 민원 현상이 IT 업계 조직 문화의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신입 직원의 어머니가 상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업무 난이도 조정과 말투를 문제 삼았다는 사연이 공유되면서, 디지털 인재 양성 환경 전반에 대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빠른 기술 변화에 따라 신입 단계에서부터 높은 생산성이 요구되는 IT·바이오 기업 현장에서 부모의 과잉 개입이 늘어날 경우, 교육과 평가 시스템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연 작성자 A씨는 입사 3주 차 신입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해당 직원의 어머니에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자녀가 맡은 일이 힘들다며 어려운 업무를 주지 말 것을 요구했고, 문서 작성 속도에 대한 지적을 문제 삼으며 처음부터 완벽한 직원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A씨가 업무 기한을 맞추지 못한 점을 설명하고 함께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전하자, 상대는 욕설까지 했다고 전해졌다. 온라인에는 이와 유사하게 신입사원 교육, 회식, 평가 과정에 부모가 개입한 경험담이 잇따라 공유됐다.

IT·바이오 기업 현장에서는 이런 사례를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인력 운영 구조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특히 개발 조직과 R&D 부서는 프로젝트 일정과 품질 기준이 명확해 신입이라고 예외를 두기 어렵다. 코드 리뷰 지연, 문서 작성 미비, 실험 기록 누락 등은 전체 팀 생산성에 직결된다. 그럼에도 피드백 과정이 부모에게까지 전달되고 곧바로 항의의 형태로 되돌아올 경우, 관리자들은 교육 강도를 낮추거나 구체적 피드백을 회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곧 조직의 기술 학습 속도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그 부모 세대가 보여주는 보호 성향이 IT·바이오 산업의 일 방식과 충돌하는 양상에 주목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분석, 바이오 연구 등 지식 노동 중심 직군은 재택과 유연근무 확대로 업무와 사생활 경계가 약해졌고, 그만큼 가족이 직장 스트레스에 개입할 여지도 커졌다. 특히 부모 세대가 자녀의 취업을 일종의 ‘프로젝트’처럼 관리해 온 경우, 입사 이후 교육과 평가 프로세스도 소비자 서비스 관점에서 문제 제기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해외 IT 기업에서도 부모의 개입은 제한적으로 보고된다. 미국 빅테크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설명회나 인턴십 과정에서 부모 문의가 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업무 지시나 성과 평가에 대한 직접 개입은 명확히 선을 긋는 편이다. 일본과 유럽의 엔지니어 조직 역시 신입 교육 과정에서 피드백 기준과 커뮤니케이션 수위를 사전에 문서화해, 갈등 시 내부 절차를 우선하도록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업계에서는 이처럼 제도화된 가이드가 부족해, 개별 관리자가 민원 대응의 최전선에 서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노무·인사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디지털 인재 관리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신입 온보딩 단계에서 업무 난이도, 교육 방식, 피드백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는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둘째, 폭언이나 비상식적 요구에 대해서는 구성원 보호를 위한 공식 대응 프로세스를 마련해, 관리자 개인의 감내에 맡겨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부모를 포함한 외부인의 인사 개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다.
IT·바이오 산업은 고숙련 인재의 장기적인 성장을 전제로 한 조직 학습 구조가 핵심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업계에서는 부모 민원 같은 외부 변수가 이 구조를 흔들지 않도록, 기업이 교육과 평가의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MZ세대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은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기술 경쟁력 못지않게 건강한 조직 문화와 인력 관리 제도가 미래 IT·바이오 산업의 지속 성장을 좌우하는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