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마이크 끄시게요" 국회 본회의장서 여야 필리버스터 놓고 정면 충돌
정치적 충돌 지점과 국회의장이 다시 맞붙었다.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재점화되면서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장은 시작부터 고성과 야유로 얼어붙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겨냥한 국민의힘의 압박과 더불어민주당의 맞대응이 겹치며 정국 긴장도는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개의하자, 국민의힘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상정을 계기로 즉각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해당 개정안은 형사 사건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인물은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었다.

곽규택 의원은 연단에 오르자마자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허리를 깊게 숙여 5초가량 인사했다. 통상적 관례보다 과장된 동작이어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행위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는 9일 본회의에서 나경원 의원이 인사를 생략하고 연단에 올랐다가 우원식 의장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일을 겨냥한 상징적 퍼포먼스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곽 의원은 발언대 앞에 스케치북을 세워두고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9일 본회의에서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 도중 우원식 의장이 마이크를 차단한 조치를 정면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어 스케치북을 넘기며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는 문구도 공개했다. 그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따왔다. 성탄절 느낌도 내봤다"고 말하며 풍자적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여당의 이 같은 퍼포먼스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서는 "피켓 내리라", "창피한 줄 알라"는 고성이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조용히 좀 하라", "8대 악법 철회하라"고 맞받아치며 본회의장은 한동안 소란이 이어졌다.
필리버스터 진행 과정에서 우원식 의장과 곽규택 의원의 공방도 되풀이됐다. 곽 의원이 의제와 거리가 있는 발언을 이어가자 우 의장은 수차례 제지를 시도했다. 그러자 곽 의원은 "국회법에 무제한 토론하는 의원 발언 중간에 낄 수 없게 돼 있다. 중지하라"고 반발했다. 우 의장은 "이렇게 작심하고 국회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맞서며 의사진행을 둘러싼 충돌이 가열됐다.
본회의장 밖에서도 여야의 힘겨루기는 계속됐다. 9일 본회의에서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 도중 우원식 의장이 마이크를 끈 조치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날 우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야당 의원 발언을 강제로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나경원 의원과 곽규택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을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나경원 의원이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상정된 안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을 장시간 발언했고, 본회의장에서 무선마이크를 사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곽규택 의원이 나 의원에게 무선마이크를 전달하고, 본회의장 발언대에서 피켓을 든 행위 역시 국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 중단 사태를 두고 우원식 의장을 향한 사퇴촉구 결의안과 두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으로 맞붙으면서, 국회는 법안 심사와 예산·민생 현안을 둘러싸고도 추가적인 대립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국회는 향후 윤리특별위원회 등 절차를 통해 징계요구안과 사퇴촉구 결의안 처리 수순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야가 필리버스터와 의사진행을 둘러싼 법 해석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12월 임시국회 내내 본회의 운영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