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상적혈구 치료제 확보" 네오이뮨텍, 북미 진출로 희귀질환 공략
겸상적혈구질환 치료제가 국내 바이오 기업의 북미 진출 발판으로 떠오르고 있다. 네오이뮨텍이 미국 희귀질환 신약 엔다리의 북미 판권을 확보하면서, 국내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 의약품을 직접 상업화하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자당 치료 부담이 높은 희귀질환 시장 특성상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희귀질환 파트너십 전략에도 영향을 줄 변수로 보인다.
네오이뮨텍은 29일 미국 엠마우스라이프사이언스와 겸상적혈구질환 치료제 엔다리 및 관련 제네릭의 북미지역 독점 판매와 개발 권리에 대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사회 결의 후 공시했던 계약이 후속 절차를 마치고 본계약으로 확정된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네오이뮨텍은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엔다리에 대한 독점 상업화 권리를 보유하게 됐다.

엔다리는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성인과 5세 이상 소아의 겸상적혈구질환 중증 합병증을 완화하는 적응증으로 승인된 희귀질환 치료제다. 적혈구 내부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적혈구 막의 유연성을 개선하고, 낫 모양으로 변형되는 겸상 현상을 지연시키는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혈관 폐쇄 위기의 발생 빈도를 낮추는 것이 핵심 특징이다. 기존 대증요법 위주 치료에 비해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 약물로 평가된다.
엠마우스라이프사이언스는 지역별 시장 전략 차별화에 따라 네오이뮨텍과의 협력을 선택했다. 윌리스 리 엠마우스 회장은 미국은 이미 보험과 유통 체계가 자리 잡은 성숙 시장으로서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한 반면, 중동과 유럽 등 일부 해외 지역은 향후 성장 여력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엠마우스는 자사의 역량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에 집중하고, 미국 사업은 네오이뮨텍이 엔다리의 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확장하는 구조로 역할을 분담하기로 한 셈이다.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엔다리는 이미 미국 내 주요 의약품 도매상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고 있으며, 상위 3개 처방약급여관리업체에도 모두 등재된 상태다. 네오이뮨텍은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향후 안정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겸상적혈구질환 환자 수를 약 10만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어, 희귀질환이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네오이뮨텍 입장에서는 연구개발 중심이던 비즈니스 구조에 상업화 역량을 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다수의 국내 바이오 기업이 자체 파이프라인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해 수익을 확보하는 모델에 의존해 왔다면, 네오이뮨텍은 이미 허가된 해외 의약품을 도입해 직접 상업화하는 전략을 병행하는 셈이다. 회사는 엔다리 제네릭 개발 권리까지 확보한 만큼, 후속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도 염두에 둘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김태우 네오이뮨텍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FDA 승인 의약품을 직접 상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점을 이번 계약의 의미로 꼽았다.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상업화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신약 후보물질 개발과 같은 고위험 연구개발에도 재투자가 가능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산업계는 네오이뮨텍의 북미 희귀질환 시장 진출이 실제 매출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