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이송범, 피로가 쓴 절규”…과로사회 덫에 지친 삶→노동구조의 어둠 밝혀진다
도시의 이른 빛이 퍼지기도 전에, 이송범이 발걸음을 재촉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KBS1 ‘추적 60분’은 전례 없는 더위와 경쟁 속에서 견뎌야만 했던 택배기사, 쉼 없이 다양한 업을 전전하는 청년, 작품 세 개를 동시에 짊어진 웹툰 작가의 숨겨진 시간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늘 마감에 쫓기듯 계단을 오르내리다 포도당 캔과 진통제로 무장하고, “어제보다 나은 내일이 없었다”는 이송범의 허탈한 속삭임은 사회 구조에 희생된 이들의 치열한 현실을 응축한다.
참을 수 없는 더위와 단단히 굳은 노동의 시간이 포개지는 곳, 과로는 어느새 모두의 숙명으로 자리잡았다. 이송범의 고백과 더불어, 하루 24시간을 쪼개 일터를 전전하는 이동주, 창의와 열정이 스트레스 정신질환으로 바뀌어 버린 웹툰 작가 하신아의 실상에서 시청자는 자율과 자유라는 말이 허상임을 처절하게 마주한다. “좋아하는 일도 더 이상 위안이 아니다”는 한숨이 일터 곳곳을 채우고, 그 끝에는 가족을 떠나보낸 장향미의 아픔이 무겁게 깔린다.

생존을 향한 끝없는 경주가 건강과 시간을 잠식하고, 자신만의 몫을 지키기에도 벅차게 만든다. 과로의 구조적 비극은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로 환원될 수 없다는 진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학계와 노동 현장, 가족의 목소리까지 담아낸 ‘추적 60분’은 사회와 제도, 공동체 모두가 함께 숙고해야 할 질문을 남겼다. 프랑스 학자 알랭 쉬피오의 “멈출 수 있는 자유”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지금, 각자의 노동이 더는 고립된 희생이 아닌 연대의 시작임을 일깨웠다.
이번 방송은 잊혀가는 이름과 사라진 시간을 붙들고, 과로로 상처입은 수많은 사람들의 현실을 섬세히 되짚었다. 대한민국 노동 현실의 비극을 정면으로 응시한 ‘추적 60분–과로사회: 일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8월 8일 밤 10시, 안방극장에 깊은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