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파운드리 AI 전략 제시…바이오협회, 국가 인프라 승부수
인공지능과 바이오 융합이 신약개발, 합성생물학, 바이오소재, 정밀의료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실험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설계·검증을 결합한 바이오파운드리가 차세대 바이오제조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국내 산업이 이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AI 활용을 전제로 한 바이오파운드리 육성 전략을 공식 제안하며, 글로벌 바이오 제조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는 17일 정책보고서 바이오파운드리 AI 활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바이오파운드리를 미래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AI가 대규모 바이오 데이터 분석, AI 기반 균주와 효소 설계, 배양 조건 자동 최적화, 로봇 기반 실험 자동화, 실험 결과 예측 정확도 향상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를 통해 반복 실험 횟수를 줄이고 개발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이는 것이 바이오파운드리의 본질적 기능이라는 설명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고서는 AI를 중심에 둔 설계 구축 검증 자동화 사이클을 바이오파운드리의 차별점으로 꼽았다. 합성생물학 플랫폼과 실험 자동화 장비,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연계해 디지털 설계 단계에서 최적화된 균주와 공정을 도출하고, 로봇 실험을 통해 빠르게 검증한 뒤 결과 데이터를 다시 AI가 학습하는 구조다. 협회는 이런 순환 구조가 기존 연구자 의존형 실험실 방식에 비해 설계 정확도를 높이고 성공률이 낮은 후보를 사전에 걸러내는 만큼, 실제 생산까지 이어지는 기간을 단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동향 분석도 제시됐다. 미국과 영국은 국가 차원의 합성생물학 전략 속에 AI 기반 바이오파운드리를 국가 연구 인프라로 육성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 역시 정부 지원 아래 자동화 실험 시설과 데이터 플랫폼을 확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전했다. 각국이 AI 설계와 자동화 기술을 핵심 역량으로 규정하고, 의료와 바이오소재, 친환경 바이오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협회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AI 결합 바이오파운드리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상황은 아직 초기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사업이 시작된 것은 의미 있으나, 실제 산업계가 설계와 개발, 생산에 이를 활용하는 비율은 낮고, 데이터 연계와 AI 활용 수준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 형식과 분석 기능을 충족하는지, 공정 개발과 제품 설계 단계에서 얼마나 밀접하게 연동되는지에 대한 관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응 방향으로 AI와 데이터 수요에 기반한 바이오파운드리 정책 전환을 첫 과제로 제시했다.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데이터 구조와 분석 모델을 중심에 두고 인프라를 설계해야 실제 기업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취지다.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서는 정부 공공조달을 활용해 바이오파운드리 기반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수요를 선도적으로 창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데이터와 규제 환경 정비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보고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바이오 데이터 표준을 국제 표준과 연계해 글로벌 공동 연구와 수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AI와 합성생물학 관련 규제를 유연화하면서 안전관리 제도를 정교하게 정비해, 혁신 활동을 제약하지 않으면서도 생물안전과 윤리 이슈를 관리하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력 양성 측면에서는 AI와 합성생물학, 자동화 공정을 모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의 부족이 국내 산업의 구조적 약점으로 지목됐다. 협회는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AI 모델링, 로봇 실험 설계, 바이오공정 엔지니어링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AI와 바이오의 결합이 불가역적인 산업 전환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반드시 선점해야 할 분야로 바이오파운드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번 보고서가 바이오파운드리를 연구 생산성과 산업화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국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제도와 인력, 인프라를 아우르는 전략을 얼마나 빠르게 실행에 옮길지가 국내 바이오파운드리 경쟁력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