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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관여 방안도 정례 협의"…외교부, 한미 대북정책 공조 채널 강화 시사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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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공조를 둘러싼 한미 간 조율이 한층 가속화됐다. 외교부가 미국과의 정례적 대북정책 공조 회의 개최를 공식화하면서, 내년 남북관계 구상과 맞물린 외교·안보 전략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부는 9일 서울 도렴동 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미국과 정례적 대북정책 공조회의 개최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한국과 미국은 대북 정책 전반에 있어서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 중이며, 한미 간의 정례적인 정책 공조 회의 개최 방안에 대해서 수개월 전부터 실무 차원의 논의가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박일 대변인은 예정된 회의의 성격과 관련해 "동 회의에서는 대북 관여 방안을 포함한 대북 정책 전반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와 안정과 관련돼서는 한미 간 긴밀한 조율을 할 것이고 내년도부터는 남북 관계의 증진과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내년부터 남북대화 재개 등 남북관계 복원을 추진할 경우, 한미 간 정례 회의가 정책 조율의 핵심 채널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도 한미는 청와대·백악관, 외교·국방 당국 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북정책을 수시로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은 비핵화, 제재, 인도적 지원, 군사적 억지력뿐 아니라 대북 관여와 남북 교류 문제까지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해 정기 협의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교부는 완전히 새로운 상설 협의체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존 협의 구조를 토대로 정례 회의 형식을 강화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는 셈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하고 남북대화 재개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북 관여 수위, 인센티브 설계, 북한 비핵화 조치와의 연계 방식 등에서 미국과의 세부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미 정례 공조 회의는 이런 전략 논의를 제도권 틀 안에 묶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외교부는 대북정책과 별개로 경제안보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10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제이컵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과 함께 제10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이른바 SED를 개최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SED에서는 2025년 10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경제안보 분야 후속 조치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조선, 에너지, 첨단과학기술, 핵심 광물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양국 간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공급망 안정, 기술 규범,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에서 한미 협력을 어떻게 구조화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진아 2차관은 12일에는 미국 국무부가 주최하는 팍스 실리카 서밋에 한국 수석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 팍스 실리카 서밋은 인공지능 기반 경제 체제 구축을 목표로 유사 입장국들이 모여 핵심 공급망 안정화를 논의하는 회합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데이터 인프라, 디지털 규범 등에서 가치 공유국 간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로, 한국의 기술·산업 전략과도 직결된다.  

 

외교부의 설명대로 한미는 내년부터 대북정책과 경제안보, 첨단기술 공급망까지 여러 축에서 협의 구조를 촘촘히 다져가고 있다. 정부는 정례화되는 대북정책 공조 회의와 워싱턴 고위급 경제협의를 발판으로, 한미 동맹을 안보와 경제를 포괄하는 전략 동맹으로 한층 확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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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한미정례공조회의#김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