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의 신비와 바다의 고요”…강원 동해에서 만나는 가을의 여유
요즘은 일상의 피로를 잠시 내려놓기 위해 강원 동해로 떠나는 이들이 많다.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드라이브와 고요한 항구, 신비로운 동굴 탐험까지, 동해는 어느새 누구나 한번쯤 꿈꿔온 ‘쉬어가는 여행’의 대명사가 됐다. 소란함 없는 공간과 오래된 자연이 주는 안정감이, 사소하지만 특별한 위로로 다가온다.
동해를 찾는 여행자들은 제일 먼저 아늑한 브런치 카페 ‘프래밀리’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른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실내에서 향긋한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를 곁들인 식사는 바쁜 도시의 리듬을 잠시 멈추게 한다. 한 여행객은 “이곳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내 마음에도 작은 쉼표가 생겼다”고 표현했다.

진짜 동해의 속살을 만나고 싶다면 천곡황금박쥐동굴이 기다린다. 4~5억 년 세월을 품은 석회암 동굴은, 빛과 바람이 닿지 않는 지하의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종유석과 석순이 만들어낸 장관, 황금박쥐 모양의 조형물, 독특한 돌리네 지형 앞에서 모두가 셔터를 누른다. “시원한 동굴 안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의 터널을 지나가듯 새로운 감정이 샘솟는다”는 방문객의 목소리도 많다.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바다를 가까이 느끼고 싶다면 어달항이 제격이다. 소박한 항구에는 매일 신선한 해산물이 들어와 식도락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항구를 따라 해안도로를 천천히 달리면 마음까지 맑아진다. 어달항의 고요함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라는 평을 남긴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2~3년 새 중소 도시로의 소규모 여행이 꾸준히 늘고 있다. ‘관광’이 아닌 ‘쉼’과 ‘회복’을 골라 떠나는 사람들이, 먼 곳보다 손쉽게 오갈 수 있는 동해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일상 속 리셋여행’이라 부른다. 한 여행 칼럼니스트는 “지금의 여행은 멀리 떠나는 일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평온한 순간을 마주하는 일상화된 경험”이라며 “사람들은 소음 없는 장소, 진짜 자연을 찾아 더 자주 떠난다”고 분석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나도 어달항에서 혼자 해산물 먹으며 바다 보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동굴에서 찍은 가족사진이 제일 소중하다” 등, 조용하지만 따스한 추억을 남겼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동해에서의 하루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돼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