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판교사옥 폭발물 협박…전사 재택 전환 여파 촉각
국내 대표 IT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사옥 폭발물 협박을 받으면서 대형 테크 기업을 겨냥한 물리적 보안 위협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카카오 판교아지트에 사제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글이 고객 응대 시스템에 접수되자 회사는 전 직원을 즉시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경찰은 특공대를 투입해 현장 수색에 나섰다. 온라인 기반 디지털 서비스 기업이라도 오프라인 거점에 대한 실물 공격 리스크가 커지는 흐름 속에서, 산업계 전반의 물리적·사이버 통합 보안 전략 재점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5분께 카카오 측은 백현동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 사제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글이 고객센터 사이트에 올라왔다는 내용을 경찰에 신고했다. 문제의 글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스스로를 고등학교 자퇴생이라고 소개하며 판교아지트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했고, 회사 고위 관계자를 사제 총기로 살해하겠다는 위협성 문구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협박 내용이 구체적이라고 판단하고 임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조치를 즉각 시행했다. 판교아지트 근무 인력을 포함한 전 직원을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해 사옥 내 인원을 최소화하고, 출입 통제와 보안 수위를 일시적으로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 상황 대응 매뉴얼에 따라 보안 조직과 현장 관리 인력도 긴급 가동된 상태다.
수사당국은 신고 접수 직후 관할 경찰서 인력과 함께 경찰특공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건물 내부와 외부, 지하 주차장, 기계실 등 폭발물 설치 가능성이 있는 구역을 중심으로 정밀 수색이 진행 중이며, 폭발물 탐지 장비와 폭발물 처리반도 투입된 상태다. 수사팀은 동시에 협박 글 작성자의 신원 확인과 접속 경로 추적에 나서 디지털 포렌식과 통신 기록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IT 기업 대상 위협 패턴 변화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은 개인정보 유출, 서비스 마비, 랜섬웨어 공격 등 사이버 보안 리스크에 주로 직면해 왔다. 최근에는 대형 데이터센터, 연구개발 거점, 본사 사옥을 겨냥한 물리적 위협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예고되는 사례가 늘면서 물리적 방호와 정보보안이 결합된 융합 보안 체계가 필수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국내 IT·바이오 기업 다수가 판교, 광교, 마곡 등 특정 클러스터에 집중 입주한 것도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 지역에 개발자와 연구인력이 밀집된 만큼 물리적 공격이 발생할 경우 기업별 피해를 넘어 산업 단위로 연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재택근무 전환이 단기적으로는 안전 확보 방안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분산 오피스, 출입권한 세분화, 위기 대응 훈련 등 복합적 대책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글로벌 빅테크를 상대로 한 위협 사례가 보고되면서 보안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IT 기업들은 사이버 보안팀과 건물 보안팀을 통합한 융합 보안 조직을 운영하며, 온라인 위협 게시물 탐지와 오프라인 보호 조치를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객센터, 개발자 커뮤니티 등 온라인 채널에 올라오는 위협 징후를 조기에 감지해 즉시 물리적 보안 단계로 연동하는 시스템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IT 인프라와 인력이 집적된 거점은 사실상 사회기반시설과 유사한 성격을 띠게 된다고 지적한다. 플랫폼 중단이 금융, 모빌리티, 커머스, 콘텐츠 등 연관 생태계로 즉각 파급되기 때문이다. 한 정보보안 전문가는 IT 기업 사옥과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한 위협은 기업 자체 문제를 넘어 국가 디지털 인프라 안정성까지 연결된다며, 민간 기업의 자율적인 보안 강화와 더불어 공공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지원체계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폭발물 실재 여부와 협박 글 작성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과 카카오는 수색과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안전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IT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옥 보안 프로토콜과 비상근무 체계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산업계는 물리적 위협과 사이버 위협이 동시에 높아지는 환경에서 기업 거점의 안전망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