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FOMC 앞두고 관망세 짙어져”…미국 뉴욕증시, 빅테크 희비 엇갈리며 변동성 확대 우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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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8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경계감 속에 주요 주가지수가 혼조세로 한 주를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과 향후 금리 경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망 기조를 강화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글로벌 국채 금리 상승과 맞물리며 미국 주식시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8일(미 동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15.67포인트(0.45%) 떨어진 47,739.32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23.89포인트(0.35%) 하락한 6,846.51을 기록했고,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32.22포인트(0.14%) 내린 23,545.90으로 장을 마쳤다. 현지 시각으로 9일부터 시작되는 FOMC 회의를 앞두고 시장 참여자들은 기준금리 25bp 인하 가능성에 약 90%의 확률을 반영하고 있지만, 실제 초점은 2026년까지의 금리 경로를 보여줄 점도표와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에 맞춰져 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약 4.17% 부근까지 오르며 소폭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이자벨 슈나벨 집행이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른 글로벌 채권 금리의 동반 상승이 투자 심리를 눌렀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성장주에는 특히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럽(EU) 주요 증시가 유로존 센틱스 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ECB 매파 발언 여파로 대부분 약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미국 시장은 기술주가 낙폭을 일부 완충하는 양상이다.

 

섹터별로는 기술주가 유일하게 상승 마감하며 시장 하락을 방어했다. 브로드컴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도체 관련주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반면 대부분의 업종이 약세를 면치 못했고,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소폭 오르며 지난 한 달 동안 약 4%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상대적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집중 투자한 빅테크의 주가 흐름은 이날 특히 엇갈렸다.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엔비디아 주가는 1.73% 오른 185.55달러에 마감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 데이터 기준 엔비디아는 국내 투자자 보관액 25조 3,167억 원으로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미국 종목인 만큼, 이날 주가 상승은 국내 투자자 포트폴리오 방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테슬라는 3.39% 급락한 439.58달러로 거래를 마쳐 투자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12월 5일 기준 테슬라에 대한 국내 보관액은 41조 5,954억 원에 달해, 하루 3%대 하락만으로도 평가손실 규모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A도 2.29% 내리며 조정을 받았고,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 후 반독점 이슈에 직면한 넷플릭스도 3% 넘게 떨어지는 등 빅테크 내에서도 종목별 차별화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SEIBro에 따르면 12월 5일 기준 통계와 8일 미국 현지 시황 사이에는 집계 특성상 하루에서 이틀 정도 시차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보관금액 추이를 통해 서학개미의 수급 성향을 엿볼 수 있다. 같은 날 기준 상위 종목 가운데 팔란티어 테크 보관액이 1,971억 원, 알파벳 A가 1,456억 원, 브로드컴이 1,124억 원 각각 증가해 최근 국내 투자자들이 이들 종목에 대한 매수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브로드컴의 2.77% 상승은 매수 타이밍이 적중한 사례로 평가되는 반면, 알파벳 A 신규 매수자는 단기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전체 수급 측면에서 보면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2025년 12월 현재 총 244조 8,990억 원으로 전월 대비 3.4% 증가했다. 상위 50개 종목 보관액도 직전 집계일보다 2,377억 원 늘어난 183조 3,935억 원으로 집계돼, 단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저가 매수 성향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이 단기 조정보다는 장기 성장성에 무게를 두고 미국 증시에 대한 익스포저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불안 심리도 뚜렷해지고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8.11% 급등한 16.66을 기록했다. 보통 VIX 상승은 옵션시장에서 향후 변동성 확대에 대한 헤지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해, FOMC 결과 발표 전까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2026년 금리 경로에 대한 신중한 스탠스가 확인될 경우, 기술주와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재조정 압력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역사적 통계는 연말 증시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기 어렵게 만든다. 미국 투자사 에드워드 존스 분석에 따르면 1950년 이후 12월 S&P 500의 평균 상승률은 1.4%로, 다른 달 평균 상승률 0.8%를 크게 웃돈다. 특히 12월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 동안 주가가 오르는 이른바 산타 랠리 구간의 평균 수익률은 1980년 이후 0.9%로 집계됐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완화 신호를 보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지만, 완만한 금리 인하 경로가 확인될 경우 연말까지 추가 상승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 함께 제기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FOMC 회의 결과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Europe), 아시아(Asia) 등 주요 지역 자본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CB가 매파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보다 온건한 경로를 제시할 경우, 미·유럽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심화하며 환율과 자금 흐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연준이 미래 금리 인하 속도에 제동을 거는 신호를 보낼 경우, 최근 반등하던 글로벌 위험자산이 다시 전반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서학개미들에게는 개별 빅테크 이슈와 더불어 거시정책 방향에 대한 민감한 대응이 요구되는 국면이다.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소수 종목에 대한 쏠림이 심한 포트폴리오 구조에서는 단일 종목 변동이 전체 평가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FOMC가 제시할 금리 경로와 경제 전망을 면밀히 확인하면서,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한 분산 투자와 리스크 관리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번 주 FOMC 회의 결과와 파월 의장의 메시지가 연말 뉴욕증시의 분위기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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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테슬라#엔비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