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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브릿지로 스타트업 키운다…아이티센, 2억 선투자 상생모델 부각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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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혁신이 ICT 스타트업 생태계의 새로운 성장 통로로 자리잡고 있다. 중견 ICT 기업이 초기 스타트업에 전략 투자와 기술 검증을 동시에 제공하며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구조다. 아이티센그룹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손잡고 추진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유니콘 브릿지 with 아이티센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단순 행사형 지원을 넘어 선투자, 기술검증, 팁스 추천까지 연계하며 스타트업 기술을 실제 시장으로 끌어올리는 가교 역할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런 대기업 중견기업 주도의 협력 모델이 국내 ICT 융합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경쟁에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이티센그룹은 최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으로 유니콘 브릿지 with 아이티센 성과공유회를 열고 올해 프로그램 운영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아이티센그룹과 기술 융합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전략적 투자와 사업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 정보통신기술 기반 서비스, 인공지능 솔루션, B2B 플랫폼 등 그룹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주된 타깃이다.

운영 방식은 전략투자형과 기술검증형 두 가지 트랙으로 나뉜다. 전략투자형은 아이티센그룹이 직접 지분 투자를 진행하는 형태로, 선정 기업에 총 2억 원 규모의 선투자가 집행됐다. 초기 단계에서 지분 투자와 사업 협력을 병행해 스타트업이 기술 개발과 인력 확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기술검증형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아이티센이 총 7천만 원 규모의 지원금을 마련해 스타트업의 기술 실증을 돕는 방식이다. 실제 고객사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나 PoC를 진행해 기술 완성도와 사업성을 동시에 가늠하는 절차에 방점이 찍혀 있다.

 

양 기관은 단순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인뎁스 네트워킹과 투자유치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병행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보유한 스타트업·VC 네트워크를 활용해 파트너십과 후속 투자 기회를 넓히고, 투자유치 발표 역량을 고도화하는 IR 맞춤형 액셀러레이팅을 제공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기술 실증 데이터와 함께 투자시장과 대기업 수요를 한 번에 검증하는 창구가 열린 셈이다.

 

수요는 예상보다 컸다. 지난 4월부터 약 2개월간 진행된 접수 기간 동안 총 305개사가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했다. 이후 약 4개월에 걸친 서류 검토, 기술성 평가, 사업성 심사 등을 거쳐 최종 7개 회사가 선발됐다. 전략투자형에는 하마다랩스와 반야에이아이가 선정됐다. 두 회사는 인공지능 기반 솔루션과 ICT 융합 기술을 중심으로 아이티센그룹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와 연계 가능한 역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기술검증형에는 반야에이아이, 퀀팃, 스크립터스, 퍼블릭에이아이, 반비 등 5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반야에이아이는 전략투자형과 기술검증형에 모두 포함되면서 아이티센그룹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선정 기업들은 경기혁신센터와 아이티센그룹의 공동 지원 아래 실사용 환경을 겨냥한 기술검증을 수행해 왔다. 이를 통해 고객사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성능 이슈와 보안 요건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상용화에 필요한 보완 과제를 도출하는 구조다.

 

이번 성과공유회에서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 가운데 6개사가 기술과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아이티센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 선정 기업을 대상으로 민간 주도 기술창업 지원 제도인 팁스 추천 및 선정 결과를 함께 공개했다. 선투자와 기술검증에 이어 정부 연구개발 자금 연계까지 지원 범위를 넓혀 스타트업의 성장 경로를 다층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쏠렸다.

 

국내 ICT 업계에서는 전략투자형과 기술검증형을 동시에 설계한 이번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이 단기 수익성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기술 실증과 사업 연계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 경우 스타트업이 직면한 초기 매출 공백과 레퍼런스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어서다. 특히 공공·엔터프라이즈 시장 비중이 큰 국내 B2B ICT 환경에서는 대형 SI 기업과의 공동 레퍼런스가 향후 수주 경쟁력에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IT 기업들이 스타트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기술을 흡수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클라우드,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전략투자와 PoC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유망 스타트업을 조기 발굴하고 인수합병으로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갖춘 상태다. 국내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아직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아이티센그룹과 경기혁신센터의 시도가 ICT 융합 분야의 본격적인 상생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이티센그룹 관계자는 경기혁신센터와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 투트랙을 동시에 기획하고 운영한 최초 사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만큼 향후에도 혁신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하고, 그룹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지원 규모와 범위를 넓혀 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민관 협력형 오픈 이노베이션이 정례화될 경우 국내 ICT 스타트업의 기술 사업화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모델이 실제 매출과 고용 창출로 이어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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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센그룹#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유니콘브릿지with아이티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