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3·1운동 지도자 기렸다”…장수에 백용성 큰스님 기념관 개관
숭고한 독립운동의 기억과 국가보훈 정책이 맞붙었다. 불교계 대표 독립운동가인 백용성 큰스님의 삶을 기리는 기념관이 고향 장수에 문을 열면서, 정부의 독립유공자 예우 기조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4일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 죽림정사에 독립운동가 백용성 조사 기념관이 건립돼 개관했다. 기념관은 백용성 스님의 탄생지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역사적 상징성을 더했다.

기념관은 국비 20억원을 포함해 총 70억원이 투입돼 지상 2층, 전체 건물 면적 994㎡ 규모로 조성됐다. 내부에는 백용성 스님의 독립운동과 불교 대중화 운동 등 주요 활동을 소개하는 전시물과 영상 시설이 배치됐고, 수장고와 강당 등 교육·연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도 갖췄다.
장수 출신인 백용성 조사(1864∼1940)는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민중 계몽운동을 주도한 불교계 지도자로 평가돼 왔다.
백용성 스님은 만주에 농장을 개설해 일제의 탄압을 피해 유랑하던 동포들에게 생활 터전을 마련해줬다. 또 경상남도 함양에 화과원을 설립해 얻은 수익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상하이 임시정부에 보내는 등 조직적인 지원 활동도 벌였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62년에는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이날 개관식은 독립운동가 백용성 조사 기념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이사장 법륜 스님과 강윤진 국가보훈부 차관,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최훈식 장수군수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종교계와 지역사회, 정부 인사가 한자리에 모여 독립운동 정신 계승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강윤진 차관은 축사에서 "백용성 스님의 숭고한 삶과 정신을 일상에서 되새길 수 있는 기념관이 개관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보훈부는 독립유공자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계승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가보훈부는 최근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지원 확대, 지역 독립운동 기념 공간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장수 백용성 기념관 개관으로 호남 지역에서도 독립운동사 교육과 추모 활동의 거점이 보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과 보훈당국은 기념관을 중심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과 학술행사 등을 통해 청소년과 지역 주민이 독립운동사를 접할 기회를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국가보훈부는 앞으로도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지원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