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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해킹대회 연 ACDC…정부, 보안인재로 AI 강국 뒷받침 강조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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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통신과 플랫폼, 금융까지 산업 전반의 기반 기술로 확산하는 가운데 연이은 대형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AI 강국 전략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AI 3대 강국 구상이 보안 역량 부재로 좌초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화이트해커와 보안 인재 양성이 핵심 과제로 부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AI 기반 공격이 이미 현실화된 상황에서 AI 보안 생태계 구축 여부가 향후 디지털 경제 경쟁력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일 제1회 AI 해킹방어대회 ACDC 개회식에서 “올해 통신사, 카드사,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AI 3대 강국을 외치고 있다”며 “AI 강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해킹 이슈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SK텔레콤, KT, 롯데카드와 쿠팡 등 국내 주요 통신·금융·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한 사이버 침해 사례가 연이어 발생한 점을 정면으로 언급하며 AI 보안 역량 강화를 촉구한 것이다.

ACDC는 인공지능 기반 보안과 AI 자체의 안전성을 동시에 다루는 세계 최초 형식의 해킹 대회로 열렸다. 대회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안, 인공지능의 안전성 확보, 인공지능 플랫폼 보안 등 세 축을 포괄해, AI를 방패와 창 두 관점에서 모두 다루도록 설계됐다. 단순한 전통식 취약점 공격이 아니라 AI 모델과 데이터,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공격과 방어 시나리오가 문제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배 부총리는 축사에서 “제가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해킹 관련 사고들이 잇따랐다”며 “통신사, 플랫폼사,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사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해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이트해커를 양성하는 AI 해킹방어대회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참가자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정부가 기업과 협력해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국내 대회에 그치지 않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배 부총리는 “해킹방어대회가 국내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수준의 화이트해커를 길러내는 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며 “모든 국민이 AI를 통해 혜택을 누리는 AI 기본사회 구상을 추진 중이지만, 해킹과 정보보안 이슈로 기반이 무너지면 AI 강국 전략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대중화와 인프라 확장보다 정보보호 체계와 인재 기반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도 개회사에서 AI 보안의 구조적 변화를 짚었다. 그는 “AI가 만드는 혁신을 안전하게 지속하려면 그 기반을 지키는 보안이 반드시 함께 강화돼야 한다”며 “해커들은 이미 AI를 악용해 공격 생성 자동화, 보안 우회 경로 탐색, 피싱 문구 자동 작성, 악성코드 변종 제작 등을 수행하며 기존 인간 수준을 넘어서는 공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방어 기술을 고도화하는 수단인 동시에 공격자에게도 강력한 자동화·지능화 도구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이 원장은 ACDC의 상징성을 강조하며 “올해 처음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ACDC는 단순히 문제를 풀어 순위를 가리는 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AI 보안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또 “참가자들은 대한민국 미래 보안 인재이자 세계가 주목할 차세대 AI 시큐리티 리더”라며 “여러분의 도전정신과 창의성, 집념이 세계 AI 보안의 미래를 여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보안을 국가 전략 산업의 한 축으로 보고, 인력풀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의도가 반영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국가안보 라인에서도 AI 보안 인력의 전략적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최근 이어지는 많은 해킹 사고가 국가 안위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정보 보호 대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인재 육성”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사회 각 분야에서 참가자들이 가진 보안 기술이 크게 활용될 시기가 온 만큼, 국민의 안보를 함께 생각하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안보 영역까지 AI 보안 전문 인력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이번 ACDC 본선에는 예선에 참가한 187개 팀 748명 가운데 상위 20개 팀이 진출했다. 본선 참가자들은 이틀에 걸쳐 AI 모델 취약점 탐지, 데이터 위변조 방어, AI 기반 위협 탐지 자동화 등 다양한 형식의 문제를 풀며 실전 능력을 겨룬다. 주최 측은 가장 뛰어난 AI 보안 역량을 보인 상위 5개 팀을 최종 입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대회에는 LG유플러스를 포함한 민간기업과 정보보호 관련 협회 등이 파트너로 참여해 산업계와 교육·연구 현장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시상식은 2일 오전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1점, 한국인터넷진흥원장상 1점,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장상 1점, LG유플러스 대표이사상 2점이 수여되며, 총 상금 규모는 6000만 원이다. 정부와 유관 기관은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AI 보안 챌린지, 교육 프로그램, 취업 연계 지원 등을 연계해 AI 보안 인력 양성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통신, 금융, 이커머스 등 핵심 기간 인프라를 겨냥한 해킹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AI 보안 경쟁력 부족이 향후 디지털 전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시에, AI 모델과 플랫폼의 취약점을 조기에 파악하고 방어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할 경우, 국내 정보보호 산업이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ACDC를 계기로 국내 AI 보안 인재 저변이 얼마나 빠르게 넓어질지, 그리고 이러한 인재들이 실제 기업과 공공 시스템에 투입돼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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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acdc#한국인터넷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