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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행성 거리도 재겼다…천문연, 지상·우주 동시 관측 성과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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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과 우주를 잇는 동시 관측 기술이 외계 행성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지구에서 약 1만 광년 떨어진 토성급 나홀로 행성을 찾아내고, 지상망원경과 우주망원경 데이터를 결합해 거리와 질량을 정밀 산출했다. 업계와 학계는 이번 성과를 미시중력렌즈 기반 외계행성 탐색 경쟁의 분기점으로 본다.

 

우주항공청은 2일 한국천문연구원이 국제 공동연구진과 함께 외계행성탐색시스템 KMTNet과 유럽우주국의 가이아 우주망원경을 활용해 토성급 질량을 가진 나홀로 행성 KMT-2024-BLG-0792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천체는 토성 질량의 약 0.7배 수준으로 추정되며, 위치는 지구에서 약 1만 광년 떨어진 방향으로 분석됐다.

나홀로 행성은 중심별의 중력에 속박되지 않은 채 우주 공간을 홀로 떠도는 행성급 천체를 가리킨다.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전통적 외계행성과 달리 별빛의 도움 없이 어둡게 존재하기 때문에 직접 관측이 극도로 어렵다. 그만큼 행성계 형성과 진화 과정에서 어떤 천체들이 어떻게 방출되거나 튕겨져 나가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로 여겨진다.

 

이번 발견의 핵심 기술은 미시중력렌즈 관측이다. 미시중력렌즈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배경에 있는 별빛을 중력으로 휘게 하면서, 배경 별의 밝기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물체 자체는 어둡고 보이지 않더라도, 그 물체가 가진 중력이 렌즈처럼 작용해 뒤에 있는 별의 빛을 키우는 효과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배경 별 밝기의 변화 곡선과 지속 시간, 형태를 정밀 분석해 나홀로 행성의 존재를 확인했다.

 

KMTNet은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동일한 성능의 망원경 세 대를 배치해 24시간 연속 하늘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나홀로 행성이 만드는 미시중력렌즈 신호는 수 시간에서 수십 시간 수준으로 짧게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전 지구적 관측망을 통한 연속 관측이 필수다. 천문연 연구진은 KMTNet이 확보한 연속 광도 곡선에서 나홀로 행성 특유의 짧고 날카로운 렌즈 이벤트를 포착했다.

 

특히 이번 성과는 가이아 우주망원경과의 동시 관측으로 기술적 차별점을 확보했다. 가이아는 유럽우주국이 운영하는 정밀 천체 위치 측정용 우주망원경으로, 별의 위치와 움직임을 마이크로초각 단위로 측정한다. 마이크로초각은 1도를 3600등분한 초각을 다시 100만등분한 극도로 미세한 각도 단위다. 연구진에 따르면 KMT-2024-BLG-0792에서 발생한 미시중력렌즈 현상이 진행되던 16시간 동안 가이아가 같은 영역을 6차례 관측했고, 이 데이터가 지상 관측 결과와 결합되면서 행성까지의 거리와 질량을 기존보다 높은 정밀도로 산출할 수 있었다.

 

그동안 미시중력렌즈 방식으로 보고된 9개의 나홀로 행성은 모두 특정 범위 바깥에서만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이 구간을 아인슈타인 데저트라고 부른다. 아인슈타인 데저트는 아인슈타인 반경이 약 9에서 25마이크로초각 사이인 영역을 말하며, 이 범위에서는 렌즈 효과를 일으키는 물체의 특성상 탐지가 쉽지 않아 관측 공백 지대로 남아 있었다. 아인슈타인 반경은 중력이 빛을 휘어 주는 영향 범위를 각도로 표현한 값이다.

 

KMT-2024-BLG-0792는 이 아인슈타인 데저트 내부에서 포착된 첫 번째 나홀로 행성이다. 이는 미시중력렌즈 이론과 관측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지금까지 통계적으로만 논의되던 질량 분포 영역에서 실제 사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크다. 데이터가 축적될 경우 행성 방출 과정, 항성 주변 원시 원반에서의 궤도 불안정성 등 행성계 역학 모델 검증에도 직접 활용될 수 있다.

 

나홀로 행성 연구는 전통적인 외계행성 탐색 연구와 다른 질문을 던진다. 항성 주변을 도는 행성 탐사는 거주 가능 영역, 대기 구성, 생명체 존재 가능성 등으로 관심이 모이지만, 나홀로 행성은 행성계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물질을 쏟아내는지, 어떤 질량대에서 방출이 빈번한지 등을 보여주는 지표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토성급 질량의 나홀로 행성 발견이 향후 목성급, 지구급 자유부유 행성 인구 추정을 위한 기준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관측 인프라 측면에서도 국내 기술 기반을 부각시켰다. 강경인 우주항공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천문연이 구축한 KMTNet의 성능 덕분에 미시중력렌즈 기반 외계행성, 특히 나홀로 행성 탐색에서 한국이 국제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상망원경과 국제 우주망원경 간의 동시 관측 체계를 더욱 고도화해 추가적인 자유부유 행성과 저질량 렌즈 천체를 꾸준히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차세대 우주망원경과의 연계도 관심사다. 미국과 유럽은 적외선 우주망원경, 차세대 광학 우주망원경을 통해 미시중력렌즈 탐사를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KMTNet 같은 지상 다중 사이트 관측망이 결합될 경우, 나홀로 행성뿐 아니라 갈색왜성, 암흑천체 등 빛을 거의 내지 않는 천체에 대한 질량 분포 지도가 한층 정교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홀로 행성 연구는 향후 우주 탐사 정책과 전략 선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로선 인간이 직접 방문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지만, 행성 형성 이론과 우리 태양계 외곽의 천체 환경 이해가 심우주 탐사선 궤도 설계, 중력 보조 기동 활용 전략 등과 맞물리며 간접적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과 천문연은 향후 우주망원경 신규 임무 기획 시 미시중력렌즈 탐사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동부 시각 기준 1월 1일자 사이언스에 게재된다. 산업계와 학계는 한국이 주도한 지상 관측 인프라와 국제 우주망원경 간 협력이 후속 관측과 이론 연구를 촉진하며, 나홀로 행성 인구 통계와 행성계 진화 모델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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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kmtnet#가이아우주망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