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성냥팔이 소녀 결말 잔혹…우리 세상은 달라야" 이재명, 나눔단체 초청해 연대 강조

오태희 기자
입력

나눔을 둘러싼 기대와 과제가 다시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민간 기부·나눔 단체들이 복지의 최전선 역할을 두고 맞물리면서 연대와 분담의 방향성이 주목되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전망을 어디까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구세군, 대한적십자사 등 기부·나눔 단체들을 초청해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연말을 앞두고 나눔과 기부 현장에서 활동하는 단체 관계자와 후원 아동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춥고 배고픈 세상에 따뜻한 역할을 맡아주시는 여러분을 뵙게 돼 반갑다"고 운을 뗀 뒤, 연설을 준비하며 떠올린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언급했다. 그는 "다시 줄거리를 찾아보니 결말이 참 잔혹하더라. 우리 세상이 그렇게 잔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다행히 여러분 같은 분들 덕분에 그렇지 않은 사회가 되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민간의 나눔 활동을 치켜세우면서도 국가의 책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행정이 최소한의 안전선을 지켜주는 일"이라며 "아직 부족한 점이 있어 슬프고 서러운 분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 복지 정책이 여전히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어 그는 "여러분은 그분들께 희망과 편안함을 주고 계신다"며 "후원금이 많은 것도 우리 사회에 이웃을 걱정하는 마음이 많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연결 통로 역할을 해주시는 여러분께 국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간 나눔 네트워크가 복지 전달체계의 중요한 축이라는 점을 부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날 행사에는 구세군, 굿네이버스, 대한결핵협회, 대한적십자사, 사랑의열매, 세이브더칠드런 등 주요 기부·나눔 단체 관계자들과 후원 아동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는 각 단체에 성금을 기부하고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문화·연예계 인사들도 동참해 나눔의 의미를 강조했다. 굿네이버스 친선 대사 자격으로 참석한 배우 최수종은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사랑과 관심"이라며 "바쁜 국정 속에도 모든 단체를 초청해 격려해 주셔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밀알복지재단 홍보대사인 배우 정영주도 장애 인식 개선을 화두로 꺼냈다. 그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또 다른 장애가 되지 않도록 바뀌어야 한다"며 "대통령님도 관심을 가지고 계신 만큼 저희도 더 열심히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이 체감하는 사회적 장벽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가 향후 복지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간의 자발적 나눔을 적극 지지하면서도, 기본적인 안전망 구축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는 점을 공개석상에서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는 취약계층 지원, 기부 활성화 정책, 민관 협력 모델 확대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오태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재명대통령#구세군#대한적십자사